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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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똥점

也獸 2009. 2. 28. 11:08

똥점

      윤관영

 

밖에서 싸는 똥은 그저

함박눈 내릴 때가 최고다

엉덩이에 닿을 랑 말 랑한 눈

닿아도 기분 좋은 눈

똥은 눈 속에 묻혀

주변이 금색으로 물들고

김이 오르면

궁둥이를 옮기면서 싸는 맛은

모종삽 든 마음과도 같았다

처리는 눈의 성격에 맞추었는데

쌀가루처럼 퍼지는 눈은 재처럼 손바닥에 얹어서

젖은 눈은 야구공처럼 뭉쳐서

처리하면 실도 끊을 듯한 괄약근이

걸음걸이에 따땃해졌다

눈 기운을 엉덩이로 받으면 한 해가 거뜬했는데

눈으로 불쩍불쩍 씻은 손속으로

내기 뽕을 치면 그 날은

쥐면 뽕이요 또이또이로 잘도 떨어졌다

뽕이야 여인네 손등 때리기 뽕이

자연뽕 쥔 것처럼 푸짐했지만

눈에 눈 똥으로

한 해 농사는 점쳐졌다

몸통 맞고 내는 북소리처럼

<좋은세상> 재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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