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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오디와 아버지

也獸 2009. 12. 24. 07:26

 

 

 

5/365 직업 외 1편

                                  윤관영

 

 

1년에 5일 직업이 있다

 

오들개는 다섯 번 딴다 생물은 때가 있고 때를 놓치면 그 직업도 없다

 

年中五日 일의 대장은 어머니 난 기술자, 보조인 아버지는 잔소리와 골라내기 같은 걸 주로 하신다

 

오디를 털려면 뽕나무 아래 잡초와 잡목을 제거하고 천막과 비닐을 깔아야 한다 뽕나무 아래 감자가 심겼으면 주의를 요한다 잘 까는 것이 관건이다. 장대 같은 장비는 보조가 챙긴다

 

기술자는 나무에 올라가 장대질을 해야 한다 아래서 대장이 지적하는 줄기를 털고 때로는 나뭇가지를 흔드는 게 효과적이다 깔개 밖으로 나가지 않게 털어야 기술자다 잘하면 덤으로 야야 오들개 떨어지는 소리 참 기막히다는 칭찬을 들을 수도 있다

 

돈은 크게 안 되는 이 일, 몸뗑이가 아파도 그냥 떨어지는 오디는 두고 보지 못하는 게 우덜 집 대장이다 난 대장 보란 듯이 오들개를 따먹을 때도 있지만 이 일을 잘하면 덤으로 일 년을 편케 먹고 지낼 수도 있고 오디 효소도 얻어 마실 수 있어 일 년에 오 일은 달게 이 일을 하기로 달력에 박아 놓았다 나는 여러 직업의 집합체

 

땅바닥에 떨어진 오디가 핏물 같아 알발로 숯불을 밟듯 하는 이면 기술자의 소지가 있는 이다

 

*5/365 작업 당시의 현황이다.

*그런 아버지가 요즘 편찮으시다. 쾌차하셨으면 한다.

*대장 어머니의 고민이 그래서 크시다. 지금은 견뎌야 할 때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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