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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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 송가/윤관영

也獸 2010. 4. 14. 19:24

牧者 頌歌

-한 친구가 나에게 “너 목사 안 하길 잘했다” 덕담을 했다. 30여년 만의 동창회였다.

                                                        윤관영

 

 

얘들아, 牧師하길 잘했다

벗겨진 머리에, 나온 배하며

순해터지다 못해 착하기만 한 너희가

머리도 좋지 않은 너희가

달리 무슨 재주 있겠느냐 싶었는데

오늘 보니, 목사하길 잘했다

그랬기에 장가도 잘 간 게지

主 빼곤 너만 믿는 예쁘고 착한 마누라 얻어

애들 또한 예쁘고 착한 걸 보니

샘을 넘어 질투난다

너희, 목사하길 잘했다

말이 양떼지 신자들 상대하느라

너희 속 다 문드러진 것 보인다만

그 또한 너희가 가진 재주, 나야

목사 안 되고 시인하길 잘한

꾀만 는 이기적인 詩人

坊坊曲曲에 너희들이 박혀있다 싶으니

괜히 이 나라가 福되다 싶구나

더 순하고 더욱 착하고

더욱더 머리 나쁜 목사가 되어 또 보자

입만 산 목사는 말고―

 

*한 30여년 만의 대학 동창회였다. 사람에게는 결이라는 게 있어서 그 결대로 가게 되었있나 보다. 내가 목사가 되었다면 사이비 교주가 되었거나, 아니면 부흥강사가 되었거나, 공부쪽으로 판 진보적인 교수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건 나의 생각. 선택된 자는 좀 자기 생각이 많지 않아서 양무리를 생각하여야 하는 자가 아니어야 할까 싶다. 그건 부족하거나 해서가 아니고 기질이 그러해야 하지 않나 싶다는 거다. 목사는 고집이 세지만 그것은 단순한 고집. 그래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나는 애시당초, 몸이 아닌 마음이 그 길을 가려고 했던 자로, 몸은 장롭고 싶으니, 당연히 걸맞지 않는 존재였다.

*그러고 보니, 대신 선택한 것이 시다. 신학에서 운동으로, 운동에서 시로, 이제 나의 결에 맞는 길을 찾았는데, 자세가 나오지 않는 축구선수처럼 많이 경직되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즐기는 자'를 당해내지 못하는 법. 시 쓰는 내가 이쁘고 시가 좋다. 생이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