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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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공중 부양/고영민

也獸 2018. 12. 23. 14:29

공중부양

-고영민

 

 

밥상머리의 국구릇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가부좌의 저 뜨거움,

단전을 데워 제 안에 몰두하고 있다

몸을 띄우고 있다

잡아다가 놓으니 다시 움직인다

저 그릇도 그대로의 ,

가장 뜨거울 때가 있다

그릇이 그릇을 벗어놓는 이 순간

그릇은 가장 가볍고 무거워져

저절로 움직인다

 

도망치는 너,

국그릇을 붙잡고

밥을 먹는다

 

  

내가 밥을 만들다 보니, 이런 시에 대해 이해가 조금 깊을 수도 있다. 이해가 저절로 되는 측면이 있다.

내가 늘상 대하고 다루면서도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고 시인의 어머니가 공중부양(?) 되신 것을 알고도 난 그냥 문자만 했다.

누군가와 밥을 한끼 먹거나 대접한다는 것, 아주 큰 의미다. 그걸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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