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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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시

그마해라/박제영

也獸 2022. 12. 2. 20:41

그마해라해서 되어지는 일이 있고, ‘그마해라, 그마해라타이르고 얼러도 안 되어지는 일이 있다. (‘-자체가가 그렇다.) 수긍하고 다짐두어도 그만 두어지지 않는 일이 있으니 시인질’(어떤 사람은 극도로 흥분할 용어일 것도 같다)이 아닌가 한다. 돈 되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 알아주는 도 아닌데 말이다.

이 천지를 지배하는 시대.

시를 읽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시는 있고

시가 외면 받고 있다. 그래도 시집은 출간되고 있다.

누군가 그 부질없는 짓을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둘 수가 없다. 아니 그만 두어지지가 않는다. 그만두어지지 않기에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친우로부터 핀잔이자 격려를 받는 시인이 있다. 시에 대해서 회의 하면서 시인의 길을 가는 시인이 있다. ‘시가 뭐라꼬/이래 붙들고 있는 건지/참 글타 당신도 글제?’라 되묻는 시인이 있다.

시가 돈이 안 되기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얼핏 든다.

 

그마해라

박제영

 

 

지난번에 시집 식구를 보냈더니

그만 하면 됐으니 식구 타령 그마해라

이런 싸가지 없는 답을 보내온 글마에게

그래도 친구라고 서운할까 싶어

이번에 나온 시집 그런 저녁도 보낸기라

그만 하면 됐으니 욕 좀 그마해라

, 글마가 이런 느자구 없는 답을 또 보내온 기라

그래가 나도 답을 보냈지

니라고 식구 없이, 욕 없이 살 수 있겠나

세상 사는 기 식구랑 잘 살려꼬 한 바탕 디지비다가 가는 기다

그래가 향불 뒤에서 욕 봤데이! 그 한 마디 듣고 가는 기다

, 살그래이!

, 에 무엇을 담을지는 니 맘대로 해뿌리라!

글마가 여직 답이 없지만 뻔하지 않겠나

마이 묵었다, 그마해라

 

가끔은 정말로 그만둘까 싶다가도

시가 뭐라꼬

이래 붙들고 있는 건지

참 글타 당신도 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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