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팬티, 빤스

也獸 2007. 12. 6. 10:10

 

미처 감출 사이 없이, 라는 말이 있다.

갠 빨래 맨 위에 있는 것이 어머니의 팬티다.

꽃무늬는 아니더라도 레이스 팬티다.

웬지 슬프다.

내가 전에 썼던 졸시도 하나 더 붙인다.

 

 

   고구마


빨랫줄에 쇠스랑이 걸릴 것 같아
보니,
어머니의 것으로 보이는 팬티가 보였다.

 

고구마 캐려고
따라 나서다가
흙을 비집고 올라온 고구마를 본 것마냥
어머니를 불러 보았다
팬티 같은 얼굴이 뒤돌아 보았다.

 

녹말을 거르고,
빻은 도토리를 치대던,
광목 같은 그 얼굴

 

흙이 찰지니까 고구마가 삐죽하다 야
옛날엔 고구마 이삭줍기도 있었다아
어머니와 이모가 고구마처럼 웃었다.

 

기저귀 펼쳐 놓은 것 같은 하늘, 나는

멀찌가니 쇠스랑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