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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집/윤관영 시집 '어쩌다, 내가 예쁜'

也獸 2008. 6. 20. 22:03

윤관영 시집

어쩌다, 내가 예쁜

황금알(2008. 05. 27)

 

부삽으로 개똥을 두엄더미에 내다버리면서 구시렁대는 시적 화자의 눅진눅진한 어조나 이슬을 툭 터는 가을 아침의 맑은 고익가 그대로 코끝에 스미는 듯한 서정의 이 놀라운 힘을 보라. 누룽지맛, 청국장맛, 좀 쉰 찐 감자맛, 메주 뜨는 퀴퀴한 냄새가 어우러지면서 번져나가는 파문이 마냥 그윽하다. 윤관영은 최근 풋풋하고 섬뜩한 힘을 쏟아내기 시작하더니 고집스러울 정도로 뚜릿뚜릿하게 힘 있는 자기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싹싹하고 학벌 좋은 무척추들과는 달리, 또 노동의 땀을 처세의 도구로 삼는 헛된 것들과도 달리, 언어에 대한 세심한 천착을 내공으로 쌓으면서 독특한 어조로 시를 쓰고 있다. 이제 우리 시단에도 눈뜨고 사는 이들이 아주 없지 않으니 그가 빼어난 시인으로 우뚝 서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오탁번(시인/고려대 교수)

 

<시안>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