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구멍이 다섯 개나 外 1편

也獸 2008. 9. 1. 19:57

별 별의별 별

 

 

 자살은 그 말처럼 느려 못하고 자해는 공갈단 같아 못하고 담배는 끊었다 끊을 수는 있어 도 줄이지를 못해 자살이 지극한 밤 꽃처럼 별이 상처처럼 번진다 내 몸 내 맘대로 못하고 별 본다 자살은 느려 안하고 술은 무장 끊을 필요 없고 취해 별 본다 취할수록 노랑 보라 국화분 같은 가렵고 가려워 긁고 눈곱 끼고 강물은 흐른다 꼬리가 운다 꽃처럼 순한 별, 본다 목 졸린 듯 하품마저 느린 날 자살은 못하고 몸소 못하고 별자리 이끄는 길 따라 강둑에 간다

 별 별 별의별 별이 번져, 물 위에 깊다

 

 

 

구멍이 다섯 개나

 

가위 날 안쪽은 끌처럼 패여 있다

날이 설수록 제 몸에 빈 곳을 두어야 한다

 

이 잔디 가위 날에는

구멍이 다섯 개나 있다

날이 날을 긁으며 수 없이 미끄러질 때

제 몸의 발열이, 일착으로

이 틈 구멍으로 간다

 

먼저 베인 허공이 그리로 도망하고

풀의 소름과 진땀 공포가 그리로 간다

비명이 그리로 가고

육즙이 날에 밀려 그리로 간다

비린내가 따라 간다

 

날과 날이 날을 긁어 무디어져 가는 것마저

틈이 구멍이 대신한다

제 살 깎아 먹는다는 말은 예 들어맞는 말

그런 것들은 그래서

다 제 속에 구멍을 심어 놓았다

 

먼저 상하는 곳은 날끝이고

끊어서라도 제 구실을 해야 하는 곳이 날 안쪽이다

발목쟁이 시큰하게 가위질 하다 보면

지친 끝에는 짜장 가위 날이 코끝에 오는데,

 

나사 조절을 넘어서서, 제 속에

여지를 심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날과 날이 미끄러질 때 잘린 것들의 때가

날을 무디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위표 속의 ㅇ을 알게 된다

<현대시>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