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

베드타운/하종오

也獸 2008. 11. 28. 22:00

 

 하종오 시인의 시로 '소풍가잔다'는 시를 기억한다. 내가 본 선생 시의 최고의 절창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시집은 선생이 직접 보재준 시집으로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부채감도 적잖이 작용하여 꼼꼼히 읽었다.

 표사에서 박성우 시인이 '목소리를 낮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무덤덤하게 보여줄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긍정되지는 않는다. 무덤덤하게 보여주더라도-시의 질료 그 자체는 이미 선택되어 선/악과 호/오, 미/추, 그리고 시/비가 이미 시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방법적으로 무덤덤하더라도 이미 소재의 선택과 서정의 근거에 판단이 존재하고 있어 대부분의 시가 소재가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인다.

 모든 것을 거칠게 몰아 말할 수는 없지만 긍정되는 노인과 부정되는 젊은이, 긍정되는 아시아계 노동자와 부정되는 한국상, 긍정되는 공동체와 부정되는 도시화가 배면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드라이하게 형상화 된다고 하여도 시가 교훈성을 띨 수밖에 없다. 베드타운과 자연부락이 연작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집중한다는 점에서 기계지심의 혐의도 약간은 있다.

 '시와 비시, 운문과 산문, 시적 가치와 시적 무가치를 구분하지 않는 처지에 내가 놓이기를 원한다.'고 하종오 시인은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이 시집인 이상 좋은 시인가 하는 물음을 피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 다작은 내 운명이고, 나는 시 쓰다가 죽을 것이다.'고 못 박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인도 어쩌지 못하는 시인의 숙명이 대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