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슬픈 젖/이기인

也獸 2008. 12. 17. 19:33

슬픈 젖

                    이기인

 

 

젖병이 뒹구는 방바닥에

밥상을 차리는 아내

……분명히 있었는데요

아내는 젖병이 하나 없어졌다 난리다

아이들의 시위는 이렇게 시작된다

 

부패하는 것을 적당히 걱정하는 날이 있다

오래된 참기름병이 어머니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이것들이 잘 사는지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밑반찬을

밥상 한가운데 올려놓는다

 

사랑은 왜, 내리사랑으로 흘러가게 되었을까

청국장이 끓어 넘치는 동안

나는 금세 어미 품을 잊고 아이의 울음소리로 배를 채운다

 

아이야 고만 울어라

어미의 슬픈 젖이 그립다

 

 ‘나의 시쓰기는 전략적으로 모색된 이후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나름으로 피력하고자 합니다.

저는 제 자신에게 계속 <자신감>을 가지라고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제 시가 제 생활내력의 연장선에서 분출된 것이고(외설을 포함하여), 그 무엇을 부인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까지를 보태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것이 검증된 적이 없는 <불안한>, <실험적인 시쓰기>라는 데 있고요.’(이기인)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은 확실히 ‘전략적으로 모색’된 것이고 ‘취재’된 것이고, ‘실험적’인 것이다.(최하림)

 

 그것이 시인의 말이든 해설자의 말이든, 좌우당간 내게는「슬픈 젖」 같은 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