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5 직업 외 1편
5/365 직업 외 1편
윤관영
1년에 5일 직업이 있다
오들개는 다섯 번 딴다 생물은 때가 있고 때를 놓치면 그 직업도 없다
年中五日 일의 대장은 어머니 난 기술자, 보조인 아버지는 잔소리와 골라내기 같은 걸 주로 하신다
오디를 털려면 뽕나무 아래 잡초와 잡목을 제거하고 천막과 비닐을 깔아야 한다 뽕나무 아래 감자가 심겼으면 주의를 요한다 잘 까는 것이 관건이다. 장대 같은 장비는 보조가 챙긴다
기술자는 나무에 올라가 장대질을 해야 한다 아래서 대장이 지적하는 줄기를 털고 때로는 나뭇가지를 흔드는 게 효과적이다 깔개 밖으로 나가지 않게 털어야 기술자다 잘하면 덤으로 야야 오들개 떨어지는 소리 참 기막히다는 칭찬을 들을 수도 있다
돈은 크게 안 되는 이 일, 몸뗑이가 아파도 그냥 떨어지는 오디는 두고 보지 못하는 게 우덜 집 대장이다 난 대장 보란 듯이 오들개를 따먹을 때도 있지만 이 일을 잘하면 덤으로 일 년을 편케 먹고 지낼 수도 있고 오디 효소도 얻어 마실 수 있어 일 년에 오 일은 달게 이 일을 하기로 달력에 박아 놓았다 나는 여러 직업의 집합체
땅바닥에 떨어진 오디가 핏물 같아 알발로 숯불을 밟듯 하는 이면 기술자의 소지가 있는 이다
피뢰주 서다
종당에 뜰에 피뢰침을 세웠다 공사장 연장으로는 이름도 이쁜 삽뽀드(support)로 기둥을 세우고 삽뽀드 하면 해외 여행으로는 삿포로로 가고 싶은 그 안에 굵은 전선을 넣고 끝에 철근을 매고 그 위에 알통 같은 소나무 가지로 솟대를 깎아 피뢰침은 섰다 삽뽀드 속에는 삽으로 눈 치우는 듯한 기운이 들어있어 모든 벼락은 이리로 오겠지 벼락은 또 눈이 생기는 그 지점에서 같이 출발해 그렇게 일순간에 빛으로 오는 것 삽뽀드 삽뽀드는 떠받치는 것 마냥 끌어안고 싶은 것 벼락 같은 우주의 기운은 다 이리로 오겠지 비만 오면 비 맞은 뜰처럼 좋아서 벼락의 기운이란 기운은 다 이리로 올 듯해 좋아서
꿈은 솟대로 서서 벼락 맞아 죽을 듯이
<현대시>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