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望洋亭/이정화
也獸
2010. 1. 2. 16:16
망양정
이정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인가
깍아 지른 바위 틈 사이로 더듬더듬 뿌리 내려놓으며
모로 누운 해송 한 그루
망망함 쪽으로 목 길게 빼고 있다
어느 쪽이든 당신이 바라보는 곳이 望洋이라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제 망망함을 향해 넘어지는 바다
비틀리며 지나온 길들도 바라는 것이 있었다
망망한 한 걸음 한 걸음도 서슬 퍼렇던 적 있었다
벼랑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후려치며, 파도는
아득한 수평선을 바짝 당기고 있다
*다소 위태하게 보이는 소나무의 자태를 '망망함 쪽으로 목 길게 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당신이 바라보는 곳이' '망양'이라고 하는 것은 화자의 해석.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제 망망함을 향해 넘어지는 바다'라는 것도, '비틀리며 지나온 길들도 바라는 것이 있었다'라는 것도, 다 화자의 해석. 한 걸음 더 나아가 '망망한 한 걸음 한 걸음도 서슬 퍼렇던 적 있었다' 말하는 것도, '벼랑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후려치며, 파도는/아득한 수평선을 바짝 당기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다 화자의 해석, 그러니까 이 시는 위태하게 버텨온 바닷가 절벽의 해송 한 그루가 화자를 환기한 서정 감정이다.
나는 망산하고 있는데 망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