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다방 커피는 짜다/류현승
정 다방 커피는 짜다
류현승
십정 목욕탕 지하 찻집 이 마담은 엣세를 피우지
한낮 무료를 한 개비 씩 피우는데
연기는 벽에 걸린 바다에서 포말이 되어 아이처럼 운다
목木기린 등에 색 도화지를 놓고 돋보기로 환희의 초점을 모으던
1973년 봄 길에 놓여있던 좌판대의 오목조목한 것들
숨구멍으로 드는 볕이 간지러워 뒤틀고 묵은 이불 등에 솔솔 뿌려대던
가루비누 두께 만큼 봉천동 지붕에 널린 검은 일상도 소다 넣은 달고나 모양 부풀었다
바랜 사진, 차려 자세로 박힌 단발머리 아이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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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멍텅구리 넉 장 들고 바닥 패 들여다보는
그녀가 내놓은 커피, 향은 짜다
*그의 시는 아직 페이스를 찾는 중인 것 같다. 들쭉날쭉이다. 어쩌면 그것이 그만의 장점인지도 모른다. 시인이 자신의 개성을 아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시 쓰는 누구나가 절감하는 사실일터. 암튼, 이 시는 그의 시의 개성의 한 축이지 않나 싶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내 생각이다. 젊은 시인의 방식에 관심을 갖는 것과 나만의 개성적인 시를 드러내는 것은 다르다. 이런 저런 모색 속에서(나는 감히 페이스를 못 찾은 것 같다고 했지만) 자신의 올연한 개성을 찾으리라 본다. 그 개성은 하나의 단일한 세우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축이니까, 잘해내리라 본다.
*이 시는 삶의 어떤 쓸쓸한 정황을 보여주는, 드러내주는 좋은 시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