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가을에서 봄을 잇는 퍼드러진 잎들/윤관영

也獸 2010. 6. 12. 11:50

가을에서 봄을 잇는 퍼드러진 잎들

윤관영

 

 

봄동은 봄冬이 아닐까?

겨울이 녹는 그 끝자락에서

언 땅에 붙은 혓바닥을 봄으로 내미는

전초병은 봄동이 아닐까?

봄똥이라 해야 들어맞을 그것,

출발선 앞에 선 애들에게 터지는 화약총처럼

봄‘똥’이라는 이 녀석이 혓바닥을 내밀고서야

봄은 달리기 시작하는 것, 아닐까?

손도 베는 볏잎을 잘라 먹는 소의 입은 의문이었지만

쇠죽의 콩깍지에서 콩을 빼먹으며 소를 이해했지만

다소 소를 이해한 것은 날 봄동을 씹으면서

고소한 맛으로 입맛을 다시면서부터 였다

동생들이라 해야 맞을 미나리와 실파에다

언 땅 풀리듯 녹은 젓갈로 무쳐야 제 맛인 봄동

제철 음식이라는 것이 실감나는 맛

괜스레 일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맛

코가 웃는 되새김질이 이해되는,

똥구멍 옴잘거려 힘쓰게 만드는,

몸이 동해 봄動?

봄날,

고샅고샅 봄똥!

<문학과의식>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