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짓거리/서정춘

也獸 2010. 7. 29. 10:59

 

짓거리

        서정춘

 

 

조용한 이층집 유리창 밖에

 

길게 늘어진 전깃줄 위에

 

참새가 한 마리 날아와 앉았습니다

 

잇따라 다른 참새 한 마리가

 

앉은 참새 등에 홀짝 날아올라

 

스위치, 스위치를 눌러주었습니다

 

*짧은 시는 긴 울림을 갖기 힘들다. 깊이도 갖기 힘들다. 그래서 시인들이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쉬운 시, 쉬우면서 긴 울림을 갖기는 더 어렵다. 이해를 하게 되면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 시는 짧고 또 쉽지만 여운이 오래 간다. 그것은 시인의 개입을 적게 하면서 드라이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시의 큰 매력은 '스위치'란 말에 있다. 유일한 시인의 개입이지만 그 개입이 개성적이다. 짓거리가 '스위치'가 되다니, 실은 놀랍다. 자동문이지만 스위치가 있는 자동문을 누른 경험처럼 어떤 연상이 막 온다. 짧은 시는 다 성공하기 어렵지만 이 시는 참 좋다.

*시집 <물방울은 즐겁다> 상재를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