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아욱꽃/김나영

也獸 2010. 12. 10. 16:44

 

아욱꽃

        김나영

 

 

아욱꽃이 피어 있다

코끼리 귀같이 펄럭거리는 큰 잎사귀 틈에

코끼리 눈처럼 작은 아욱꽃이 피어 있다

빛바랜 연보라빛 꽃이 향기도 없이 피어 있다

 

어느 벌이, 어느 나비가 저 꽃에 들겠는가

저 꽃도 꽃인데 왜 색을 버렸겠는가

세상에는 꽃을 위해 잎을 포기하는 꽃이 있고

잎을 위해  꽃을 포기하는 꽃이 있다

 

봐라! 식구들 밥해 멕이려고

수백 평 푸른 밭 경작하고 있는

저 장딴지를!

 

 

*이 시는 좋다. 이미지가 좋다. 이 시가 좋은 것은 '봐라!'하며 자신이 깨달은 것을 교훈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그 의도를 잘 모르게 넘어갈 정도로 앞에서 장치한 이미지와 세밀한 관찰이 전제되어 있기에 그러한 것!

좋은 시는 좋은 것이고 약간의 흠도 있게 마련인가 보다. 아욱은 골뱅이 국 끓이는 데 그만이다.

*시집 <수작>의 출간을 축한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