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그 여름 판화/정하해
也獸
2011. 1. 8. 13:36
그 여름 판화
정하해
나무 아래 뒹구는 매미 잡았는데 미약한 음이 새나온다
울음인가 보다, 국화꽃잎에 얹어 주자 마지못해 짜내는 소리가
꽃잎 속으로 기어들어 가고 만다
생의 소임을 끝내고 닫히는 저 과정이 참으로 경건하게 한다
그가 달아올랐던
실로 울음으로 여름을 세웠던
마치 뜨거운 사랑이 지나간 후처럼
뒤가 우렁거리는
그런 그를
부감하고자 덤비는 지금, 너는 어디서 울었는가
*'우렁거리'는 은 사전에 안 나온다. 시집의 '간절기' 등 몇 단어도 찾어가며 읽었는데, 사전에 안 나와 당황했다.
*'울음으로 여름을 세웠다'는 이미지가 좋다. '너'는 어디서 울었는가, 가 '매미'가 아닌 그리워하는 사람으로 읽혔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시가 좋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어떤 진정성이 이 시에서 느껴져서 좋다. '부감'도 찾아보았는데 여기는 좀 적절치 않은 단어 같다.
시집 <깜빡> 상재를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