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베로니카의 사랑/김연성

也獸 2011. 11. 30. 17:45

베로니카의 사랑

                     김연성

 

 

그러니까 누가

베로니카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인가

언제부터 내가 베로니카를 사랑하게 된 걸까

만난 적도 없는 베로니카는

그러니까 언제부터 내 안ㅇ 오도카니 앉아 있었나

치렁치렁 춤추는 검은 머리카락의 향기를 맡은 적도

젖은 듯

슬픈 듯 폐광 같은 눈동자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내가 베로니카를 몹시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되는 것일까

아니다, 아니다

나는 베로니카의 겉모습만 사랑하고 있을 뿐

이번 생에는 그 얇은 떨림까지 훔질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굳이 베로니카를 만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베로니카 혼자, 나를 사랑하면 족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시집 <발령났다> 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