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시인의 말/권동지
也獸
2012. 5. 4. 08:38
가을은 멘데를 다녀오려 기회를 엿보고 아주 쉽게 문을 닫을 수 없도록 모든 것의 단ㅊ를 달아놓고 채우기도 하고 열어주기도 하는데 가을은 오후이기도 하고 저녁 어스름이기도 한데 가보지 못한 곳이어서 낯설기도 하고 어쩌면 가을은 머나먼 들판의 실망을 오롯이 내려놓으며 땅거미를 찾아가는 낯익은 손님이기도 한데 내 모든 것의 ㅣㄹ망스러운 날이기도 한 가을은 뜬구름 한 점 휘몰아가는 아픈 손님이기도 하기에 수심 깊이 간직하고 영접할 수 없는 가을은 넝쿨 많이 덮인 집 돌담장을 넘어가다 온몸을 다쳐 그만 어둠 끝자락에 모아두고 가는 갈잎들의 무더기이기도 한데 가을은 불빛도 없는 거리의 모퉁이에서 한데 모이려고 아주 멀리서 찾아서오는 손님이기도 한데 음탕하기도 하여ㅓ 말없는 내 모든 자신의 떨림이기도 하여서 놀이를 하다가도 어두워지기 전에 대문 안으로 들어서 이부자리를 펴야 하는 가을은 아주 슬픈 짐승들이 울어대는 계절이기도 한데
2011 3월 권동지
*시집 <구름, 악착같은 것들>의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