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가 끝나갈 즈음/윤관영
9시뉴스가 끝나갈 즈음 외 1편
―웃자고 ‘사랑받는 남편, 성공하는 아내’가 가훈이라 했다가 그를 이룬 사내가 있다.
윤관영
국 속에는 뉴스도 일부 들어가 끓는 중이다
소리를 줄이듯 불을 줄인다
살짝 삶아서 얼렸던 바지락 한 주먹
채칼로 친 무채가 두어 주먹
약한 불인데도
무 비린내와 바지락 삶은 내가 오른다
只今,
그 사람은 이 냄새를 따라 오는지 모른다
허기는 코를 예민케 하는 법
허리가 아프고
뱃살이, 무게가 걱정인 사람, 요냥
소금과 후춧가루와 간마늘로 간한
이 무 국 한 그릇
타이밍은 문을 연 순간이겠지만……
(소리를 더 줄인다)
탱탱한 무 냄새, 무장무장
끓이면 무 생채가 녹는다오
문을 여소 사람아
늘어난 50대 시간제로, 자영업 세대로
뉴스처럼 하루를 산 사람아
이 냄새를 뜨러 오소
냄새조차 뜨거워졌다오
성공해야 하는 사람아
二力을 내라 꼬꼬닭
―힘도 그 바닥에 이르면 발음부터 비장해져 심이 된다/우옹
윤관영
이력서는 이력이 난 일에 대한 기록
경력은 속일 수가 없다 사오정(45) 지나
30〜50세 나이제한도 지나,
꼬꼬(55)닭이 되어 간다
주민등록증 내주는 손이 떨린다
다직해도 별반 쓸 것이 없다 내 이력은
세상이 아닌, 내게만 실전이었던 셈
호주는 가보지 못한 곳이고
주소는 줄 게 없어 못 적고
가족관계는 가족과는 관계 안하는 사람이고
자기소개는 자기는 나 때문에 고생하는 예쁜 자기이고
본적? 누굴 말이오? 되묻다는 말은 사오정 얘기지만
사오정을 지나온 게 꼬꼬닭이다
물 마시고 벼슬 흔들 짬이 없다
앞만 보면서 제 발등 찍듯
모이를 주워 섬겨야 한다
이력은 耳力, 도마 앞에 선 세월을 물을 뿐
커서의 칸칸이 하얗다
자격증조차 허영 같은 실전
하얗게 환한 이력
칸칸을 모이로 채워, 메워야 한다
대가리가 꼬리보다 높아서는 안 되는 꼬꼬닭
심 내라 심
<시사사>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