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주정酒酊/최진화
也獸
2013. 6. 20. 14:59
주정酒酊
최진화
이것아
밤에 잠은 좀 자는 거니
아직은 바람 매운 생각아누 아래서
풀어져 붉은 네 눈자위 속
뒷걸음 치는 봄에게 흥정도 해본다
슬픔에도 외투가 있어
꽁꽁 여민 단추는
겨울 내내 풀리지 않아
얼마나 시렸을까 얼마나 얼마나
어젯밤 흥건히 젖은 베개
볕 좋은 툇마루에서 하늘 향해
꽃잎을 그리고 있구나
아지랑이 몇 병 둘러 마시고
후끈 몸 달아오르면
비린내 익기 시작하는 저 들판에 나가
삿대질이라도 실컷 해보자구
이것아
*시집 『푸른 사과의 시절』 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