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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에 대한 연역적 사고/정진영
也獸
2013. 12. 22. 16:31
발치에 대한 연역적 사고
정진영
입을 벌리자, 목구멍 속으로 얕은 내린천이 흐른다
둥근 돌처럼 솟은 잇몸 사이로 통증들이 흘러 다닌다
물 속으로 엑스레이를 비추면 턱밑으로 모인 염증들이 검은 모래집을 만들고 있다
막 해가 기울 무렵 돌돌돌돌 힘 있게 감아올리는 견지낚시
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 손목을 굴려 물살을 툭툭,
헤집는 바늘에 걸려 입 밖으로 튀는 잔챙이들
물의 살점이 벌어진다
구멍 깊숙이 꼬리를 감추고 악착같이 낚시줄을 물고 늘어지는 환부의 몸통
한 치도 의심하지 마라
버티는 것은 언제나 수동적인 것
배를 뒤집은 어금니 하나가 반짝이는 금속 접시 위로 툭, 떨어진다
― 시집『중환자실의 까뮈』 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