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슴새라고 했니?/권현형

也獸 2013. 12. 22. 18:54

슴새라고 했니?

권현형

 

 

이라 와봐, 슴새라고 했니?

등 두드려줄게

오후 세시 반 늦점심 먹는 걸 보니

혼자 밥 먹기 조금 그런가 보다

조금 그러해서 미루고 미루다

뻘을 읽느라고

신문이라도 읽느라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구나

흰 가슴이 몸의 절반인 새야

엊저녁 대관령엔 폭설이 내렸단다

앞가슴까지 눈이 차올랐단다

춘삼월에 내리는 눈은

시름이다 찬밥이다

흰 에이프런으로 만든 시름을

앞섶에 몸의 절반에 두르고

국물도 없이 물 빠진 갯가에서 식사 중인 새야

이리 와봐, 손 따줄게,

바늘로 너의 박복을 한 번만 콕

따끔하게 찔러줄게

 

―시집 『포옹의 방식』 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