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통신

[망원 맛집] 윤관영 詩人의 父子부대찌개

也獸 2014. 4. 26. 15:40

[망원 맛집] 윤관영 詩人의 父子부대찌개

 

 

우리 가게는 父子가 운영하는 집입니다. 그러니까 父子지간 부자부대찌개인 거죠. ㅎ

 

왜, 아빠와 아들은 사이가 안 좋고(ㅋ 오이디프스 콤플렉시) 별로 다정하지도 안잖아요. (물론 저도 아빠와 그런 점이 많긴 해욤!) 제가 우리 아빠를 좋아하는 것은 아빠가 절 끔찍이 좋아하기 때문이에욤. 오죽하면 아빠의 처녀시집 시인의 말에 이런 말을 썼을 라구요. ㅋ

 

 

‘(시는 발표 순이다.)

처녀시집이지만 내게는 시선집이다.

아들 민주에게 아비의 생이 허영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어 작은창자가 다 따뜻하다.’

 

그러니 제가 안 좋아할 수가 없죠. ㅋ

(아빠의 시집)

 

사실, 이 글은 제가 아빠한테 죄송해서 쓰는 거예욤! 가게 알리려고 다른 시인 작가를 언급하면서 아빠는 소홀히 했거든요. 아빠는 늘 작은 것이 큰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말예요.

 

우리 아빠 시집에 보면 다음과 같이 아빠가 소개되어 있어요.

 

‘1961년 충북 보은 출생.

1994년 <윤상원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면, 1996년 『문학과사회』 가을호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축구단 <글발>의 선수로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 현재 계간 『미네르바』부주간. 1999년 이주한 충북 단양의 하선암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아빠 시집 속의 사진)

(폼은 잡고 계시지만, 꽤 잘 두시지만 나에겐 석 점 정도 접혀야 한다. ㅋ)

 

아빠는 지금 무관이에욤! 문예지 어디에서 ‘주간’ 제의도 있었지만 장사가 우선이시라 장사에만 집중하시고 계시죠. 서울에 다시 오신 것도 제가 바둑을 전공하고 취직을 못해서 올라 오셨어요. 게다가 엄마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시골에 좋은 집은 여전히 있어서 아빤 전국에서 제일 좋은 별장을 가진 시인이라고 뻥치고 계세요. 우리 아빤 뻥이 매력이에요. 절망이라곤 없거든요. ㅋ

 

 

ㅎㅎ 아빠는 공을 잘 차진 못하셔요. 하지만 열심이시고 또 열정이 대단하시죠. 저도 아빨 닮아서인지, 공을 잘 차진 못해요. 하지만 스피드가 있어서 잘할 거래요, 아빠는. (아빠는 뭐든지 제가 잘한다고 해요.) 뭐, 저도 교회 축구단까지 하고 있으니까 조금 더 잘 차겠지요, 뭐!

 

우리 아빠의 시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 올릴게요.

(아빠가 음식을 해서 이 시를 고른 것도 있어욤!)

 

 

 

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만개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 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는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국수를 삶는」

 

저희 가게는 점점 잘 되고 있어요. 세월 호 사태로 슬픔이 꽉찬 계절이지만 말에요. 그래서인지 아빠도 요즘은 말씀도 없으시고 페북도 그저그러시고 계시네요.

 

 

우리 아빠와 제 사이가 좋다고 여겨주시면 <검색>에 많이 뜨게 공유해 주시고, 스크랩해 주시고 놀러오세요. 부대찌개가 겁나게 맛나거든요 ㅋ!

 

진심으로 여러분을 환영한답니다.

 

-망원 父子부대찌개_子 _대표_윤민주 썼요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