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집밥 외 1편/윤관영/망원맛집, 망원동 맛집 직원

也獸 2014. 9. 1. 00:40

집밥 외 1

                윤관영

 

 

  한잔하러 들어서다, 주방 식구들이 밥 먹는 거 보면 그 상에 앉고 싶어진다 음식을 다루던 사람들이 음식에 지쳐 먹는, 안 차리고 대충 먹는 그 대중없는 밥, 그 대궁밥 묵은 밥

  흐린 주방의 저 이는 식전이거나 뜨다 말았겠지만 두세두세 나누는 그 수저질에 끼고 싶다 그래야, 진상 손님 축에나 들겠지만 좀 대중없는 듯한, 식구에게 눈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식은 밥처럼 아픈 것은 없는 것,

  손님은 주인이 뭘 좀 먹으려면 들이닥친다 이상하게

  손은 손을 먹는다

 

 

 

 

 

 

 

 

 

 

 

 

 

 

 

 

 

 

 

 

 

 

사내

 

 

사내는 고독했다 예의적으로

고독했다

 

맞대면할 틈이 없었으므로 심정적으로 고독했다 잠이 좋은 육체는 세입자 쫒아내듯 고독을 몰아냈다 한가와 권태를 모르는 지독한 사내였다

 

가로수가 모든 풍우를, 매연을 고스란히 받듯 사내는 움직일 줄 몰랐다 모든 고독이 직방으로 왔다 고독은 월세처럼 왔다 고독을 대면할 시공이 없는 자의 절망적 고독,

 

그 절망 앞에선 고독도 피해갔다 소란의 중심에 있는 사내, 고독마저 친절하게 만들었다 간장게장 같은 가슴에,

 

붉은 손등의 사내, 고단한 몸에는 고독이 들지 않았다

 

죽음을 살면 고독은 틈이 없었다 고독이 잠잠하자 낭만도 잠잠해졌다, 뜬금없이

 

사내는 칼을 간곤 했다 게장 가슴을 열듯이

 

  <포엠포엠>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