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시집 "7"
준규 시를 읽었다.
이준규 시집 “7”을 읽었다.
시집이 목차가 없다. 제목도 없다.
발문도 해설도 없다.
그런데,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왜? 재미가 있나? 왜? 어쩌다 시집이나 평론이나 소설을 보면 두께를 재면서 페이지가 얼마나 남았나 읽으면서 확인을 하게 되는데, 이준규 시집은 재미가 있다. 왜 재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최근 재미있게, 정말 감동있게, 그래서 아껴보고 있는 책이 있는데 롤랑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다. 96년 판인데, 너무 좋아서 아껴보고 있다. 진도를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이준규 시집 “7”은 더 재미있다. 왜 그런가 하니, “사랑의 단상”은 사랑의 어떤 부분을 인용, 혹은 제시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준규의 시 “7”은 자신의 현재를 읊조린다. 그러니까 고기로 치면 생고기 같다. 움직임 자체가 현재형이다 보니, 읽는 실감이 곱빼기다.
시 같지가 않아서 시다. 시집 “7”을 보면서 이준규 시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시에서 자신만의 영토를 개척했단 확신이 들었다. 그도 그간 외로웠을 텐데--- 그래서 읽는 내내 고맙고 그래서 우울했다. 우울이 별거냐 좋아도 우울할 수 있는 거지.
바람. 바람이 분다. 세탁기가 돌고 있다. 타자 치는 소리가 있다. 맥주가 없다. 순대는 망원 시장에 있다. 오늘은 안 갔다. 넌 위스키를 좋아한다. 넌 손에 잡히는 소주를 좋아한다. 넌 그렇다. 너는 나다. ㅋ
지금 2번 읽었는데, 식당에서 날개를 닫았다 읽기가 딱이다. 출판사도 맘에 든다.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울리포프레스’에서 나와서 더 마음에 든다. 출판사의 명성에 기대기보다, 좋은 책이 좋은 곳에서 나와서 좋다.
준규야, 언제 목포집 가서 홍어 먹자! 너가, 아니 내가 그 정도는 된다. 바람이 분다. 계단은 세어보지 않았다. 망원 시장까지 몇 걸음인지는 모른다.
[망원 맛집, 전국부대찌개 맛집 부자부대찌개] 주방장은 뿅 갔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