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통신

근하신년/윤관영

也獸 2018. 4. 24. 22:15

 

 

근하신년

 

 

연말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다

설날이 지나면, 그래 입학 시즌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다

발가락이 어는 지금을 두고

자꾸 앞을 내다 봤다

, 오월이야 잘 되는 달인데

왜 이러지 하다가 넘어가고

찌개 기피 철인 여름이 오고

또 휴가가 끼고 연이어 추석이 왔다

자꾸만 앞을 내다보면서

나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면서

속는다 속는 줄 알면서 속는다

시월은 되는 달인데 하다 보니

김장철이고, 월동 준비해야 하고

찌개 철인 겨울이 오니, 막상

오가는 사람들이 적어진다

기대하다가 기대하다가

이렇게 해가 간다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다가

앞이 없다는 걸 확인하다가

그래도 기대하면서 새해를 맞고

기대를 저버린 한 해가

그냥 간다

 

속아도 기대게 되는 기대

속을 줄 알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부대찌개 식당을 하면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죽는 소리 안한 거였다. 빈 말로라도 참말을 했다.

 

, 우리 식당은 잘 돼요!”

 

죽는 소리 한다고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돕는 것에는 한도가 있다. 죽는 소리 해봤자, 듣는 이에게 부담만 주게 된다.

, 잘된다 잘된다 되뇌어야 스스로도 그 최면에 싸여 그빨로 신나게 일하게 되고 얼굴도 밝아지고, 친절하게 되고 타인에게 너그럽게 된다. 그러니까 말하는 대로 되는 것이다. 안 될 것 같지만 조금 늦을 뿐이라고 믿고 밀어부치면 된다.

 

인간은 절망 속에 있든, 아니면 무료와 권태 속에 있든,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기대 때문에 산다. 아니 기대가 있어야 산다. 기대대로 안 되는 것이기에 인생이지만 그렇기에 기대한다. 또 노력하기에 인생이고 계속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힘도 거기서 나온).

 

父子부대찌개 식당을 연지도 6년차에 접어들었다. 아직은 5% 부족한데, 그 채워나갈 숙제가 있기에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가 있다. 축구회 동생이 내게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래도 형은 만년구찌잖아.”

 

그러니까 계속 일할 직장이, 정년이 없는, 무궁한 일이 내겐 있는 것이다. 하여,

제가 당신께 정중히 안부전합니다.

 

하이, 해피 뉴 이어!”

 

근하신년입니다. 평안하세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