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밥이 놓여야/윤관영

也獸 2018. 6. 14. 17:49

 

 

밥이 놓여야

              윤관영 

 

 

밥솥에는 귀가 있다

쥐면 허공을 뒷발로 긁던 토끼처럼, 단짝

뜨거울 땐 손이 귀로 간다

 

밥을 푸는 손이 순해진다 외우

손끝에 묻은 밥알을 입이 문다

입이 젖는다

 

밥을 먹고 몸이, 적이나

내장이 순해지고

밥의 일을 하게 된다

 

사람에겐 귀가 있다 좀체

바뀌지 않는,

밥솥의 귀는 중심에 있다

 

죽을 땐 귀 잡힌 토끼처럼

괄약근 힘준 무르팍을 둬 번 들썩거리다

귀 쥔 손 심심하게 힘 풀리라, 주걱 쓴다

 

밥솥처럼

내 것 다 내주고

밥공기 뒤집힌다

 

밥솥의 귀는 다급할수록

양손으로 쥐어야 한다

 

 

  <시와반시>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