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장미/송찬호
也獸
2018. 12. 16. 00:05
장미
송찬호
나는 천둥을 흙 속에 심어놓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
담장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바랐으나
천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로만 훌쩍 커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헐거운 사모(思慕)의 거미줄을 쳐놓고
거미 애비가 되어
아침 이슬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언젠가 다시 창문과 지붕을 흔들며
천둥으로 울면서 돌아온다면
가시를 신부 삼아
내 그대의 여윈 목에
맑은 이슬을 꿰어 걸어주리라
*나는 밥을 위 속에 심어놓고 그게 건강한 육체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육체는 지방으로 지방으로, 육체 중에서도 지방으로 가서 지방이 되었다. 육신을 놀려 건강한 신체가 되기를 바랐으나 그것은 열망 뿐이고, 고봉의 밥이 그리운 육신이 되기를 바랐으나 밥이 겁나는 육신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께작거린다.
피곤은 하나 단잠을 불러오지 못하는 피곤이다. 그래서 피곤하다. 건강한 노동이라 하는 땀 냄새 풍기는 힘줄이 안 뵈는 피곤이다. 대근하다는 말이 끌린다.
나는 묵은 밥을 버리고 새밥을 지으면서 건강한 육체를 꿈꾼다. 내, 그대가 온다면 다 집어치우고 칼칼한 동태찌개에 쐬주 한잔 부어주리라, 이 밤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