也獸 2020. 1. 19. 23:39



밥 외 1

윤관영

 

 

그렇다

쌀을 다 쏟고 나서 그 포대를 세울 때

그 때

바닥으로 다시 떨어지는 몇낱 알쌀의 그 소리

크다

매양, 그렇다

계량컵의 쌀을 쏟을 때

솥은 깨지는 소리를 낸다

쌀이 쌀 위에 떨어질 즈음에야

그 소리, 잦아든다

 

그러고 있다

길 없는 귀신의 길도

밥이 내고

밥이 메운다

그렇다

 

 

 

 

 

 

    

    나는 주방인이다



화장실 가는 걸 Nature calls라 한다

똥 하나 누는 것, 자연이 부르는 거라는 건데

그럴 듯하다

여행 가는 걸 hit the road라 한다

길을 때린다니, 그도 그럴 듯하다

hit the tile이다

주방에서 타일 바닥이나 때린다

자연이 부르는데, 가지는 못하고

테마 기행이나 자연인을

눈으로 때리고 있다

자연이 부르면 난딱

여권처럼 키를 쥐고 가서는

똥을 한 무더기 싸고는 온다

타일, 바장여서

고관절이 왔다

몽고반점을 자꾸 손꾸락으로 찌르게 된다

자연은 길을 때려, 자꾸

자기에게 오라는데, 관절 쥐고는

똥 싸고 앉아 있다 면TV

유니세프 굶주린 아이, 그 눈을

내 눈이 보고 있다

깨진 타일 같은 사막 바람은 ~ing

난 고관절이고

산에 똥 싸지르러 한 번 가지 못하고

난 히트 더 타일 중이다

고고 바람 hit 중이다

 

<문예연구>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