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속아야 속는다/윤관영

也獸 2020. 8. 5. 00:28

 속아야 속는다

윤관영

 

 

양념장에 바나나를 넣으면 좋다

귀가 섰다

부드럽게 녹은 그 맛

단호박을 순장시키면 좋다

귀가 움찔했다

나는야 조리사

그 단단한 부드러움을 국물로

 

물 좋다는 거

그거, 그거, 그거

 

바나나로 국물을 내봤다

단호박으로 국물을 내봤다

단호하게 내가 속는 지경이 되어야, 속을만한

맛이 된다

 

벗기면 양파

터지는 바나나, 펑퍼짐한 단호박

그저 통짜배기일 때가 진짜다

 

그래, 순장이다

내가 속는다

물 좋다

 

그거, 그거, 그거어

 

 

 

 

<시와세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