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옥상맛/장인수

也獸 2020. 9. 10. 00:29

 

옥상맛

장인수

 

 

고향집 갈색고양이는 지붕에 자주 올랐다

하얀 박꽃, 수세미꽃이 가득 핀 지붕

넝쿨손이 몸에 닿을 때마다

고양이는 제 성기를 핥으며 간드러지게 울었다

 

나는 요즘 옥상에 자주 오른다

널어놓은 깻잎부각 주름들을 만지며

탈각脫殼으로 육신을 완성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이 달빛에 다다르면

교교한 달빛의 내장이 훤히 보였다

어느 날은 텃밭의 까마중 몇 알 따서

옥상에 올랐는데

한 톨씩 씹어 먹다가

나도 모르게 젖꼭지를 자근자근 만지기도 했다

 

옥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있다

나는 그것을 옥상맛이라고 부른다

 

*장인수의 시는 가끔 어떤 결론을 결론에서 결론지으려 하는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그것이 나는 그것을 옥상맛이라 부른다정도는 좋은 것 같다. 내가 옥탑방 사는 사람이라 공감하는 바도 많은지도 모르겠다. 장인수 시가 가끔 들이대는 에 대한 어떤 끌어들임도 이 정도는 적당하고 또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