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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호흡법/변종태
也獸
2020. 12. 14. 21:41
물고기의 호흡법
변종태
물에서 태어났다고 흐르는 은유로 말하지 마라.
물은 고여있으나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서
흐르고 있으나 흐르지 않는 영물이라서
깊숙이 뿌리 박힌 소나무가 송진을 길어 올리는 일처럼
일상의 낙관적 은유를 낚을 때마다
햇살은 비관적 미소를 던지는 날씨라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물속 소나무가 거꾸로 서서 자는 잠이라서
물고기들이 입만 벙긋거린다고 사는 일이 아니듯
그렇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물고기의 호흡법을 닮는 것이라서
아가미로 뱉은 후 들이마시는 깊은 호흡과도 같은 것이라서
물속에 머리를 담근 채 오백 년 넘게 서있는 삶이라서
그렇게 다시 숨이 끊어지기 전에
수면 위로 떠올라 긴 한숨을 내뱉는 일이라서
물속 은유를 삼키는 물고기의 호흡법으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물고기 호흡법을 이해할 나이가 된 것 같다.
소나무가 송진을 길어 올리는 일이나
물속 소나무가 거꾸로 서서 자는 잠이나
수면으로 떠올라 긴 한숨을 내뱉는 일이나, 그런 것들은
조금치나 이해가 된다.
물고기 호흡법 사랑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