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시

벚꽃 습관/심언주

也獸 2023. 8. 9. 15:41

심언주 시인의 시집 『처음인 양』을 읽었다, 이 더위에.

일단, 자신의 이야기라 좋았고, 또 울렸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는 자연스러움이라, 그 증폭과 섞음, 기교가 보기에, 또 느끼기에 좋았다. 시집의 시가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편차가 없는 부분도 좋게 보였다.

그 중 좋은 시 하나 골라 올린다. 나는 내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되물었다. 이미 꽃을 해찰하는 망종이 아닐까?

 

벚꽃 습관

이언주

 

 

벚꽃에서 화약 냄새가 난다.

 

벚꽃은

터지면서

 

허공을 탈색시켜 놓고

 

군데군데

섬처럼 떠 있다.

 

얼룩은 구름으로도 충분해서

 

허공을 가리는 벚꽃을

봄비로

지우는 중이다.

 

꽃이었던 곳을 맴돌며

목구멍에 핏발 세우는 나는

벚꽃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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