也獸 2024. 4. 3. 20:08

시인의 말윤관영

 

 

어느 날, 시의 女神 뮤즈(Muse)가 내게 물었다.

 

그대의 시에는 알콩달콩한, 무슨 재미 같은 게 있습니까?”

저는 지금, 제 시가 얼마간은 삼삼한 재미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시를 거쳐오신 뮤즈님도 아시는 일이 아닐런지요?

 

그대의 시에는 정신적이든 철학적이든 어떤 깊이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별로 없군요. 다만 환부를 열고 입술을 대고, 빨아들여 뱉은 어떤 촉감 같은 것은 말할 수 있겠네요. 그 또한 뮤즈님이 다 알고 계신 일이 아닌지요?

 

그대의 시는 구조적으로 기술적으로 단단합니까?

, 제 시는 오랜 시간 水磨烏石과도 같습니다. 오석의 이마를 쓸 듯 저는 제 시를 대한답니다.

 

그대는 그대의 시에 대해 만족합니까?

그렇다뿐입니까, 좋다 못해 사랑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시가 좋다는 말은 뻑 아닙니까?”

모든 말과 글은 그 주체를 떠나고 나면 지워지지 않는 부끄러운 흔적만 남깁니다. 시 또한 마찬가지, 다만 시는 그 부끄러운 흔적을 줄이려는 어떤 노력이 아닐는지요. 사세당연 후회할 말이지만, 지금의 제 기분에는 제 시가 몹시 흡족하군요. 뻑에서 自由自在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슬슬 기분이 나빠지는군요. 되물음이 아닌 공박 같아서요. 나 자신, 시를 두고 절망스런 기분을 갚을 수 없는 빚처럼 지고 사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제 앞에서 꺼져주셨으면 좋겠네요! 이 이후가 사세난연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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