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막간(幕間)/윤관영
也獸
2024. 7. 8. 10:37
막간(幕間)
― 아부지요, 내가 장사수완이 쫌 딸리는 거 아녜유?
수완이라능기 말이시 대구빡을 잘 굴려싸야 하능기 아이고, 부르도자맹키로 몸띵이로 빡시게 밀고나가능걸 말하능기라 애비 봐라 십오 년 늠게 설거지 잡아 돌리다봉께 어깨쭉징이가 다 나강거 아이가 그냥 주뎅이만 나불거리능기 수완이 아이라 일에 겁대가리가 읎으야 하능기라 뻑하면 식당 채리고 망해묵는 작자들 봐라 다덜 이리이리하믄 되것지 하고 다덜 안이허게 뎀비지 않더나? 음석에도 맴이 있다는 걸 몰러 작자덜이 속맴을 담글 줄 알아야 하는디 걸 몰러 그걸
― 아부지요, 밥집은 맛을 잘 내야능거 아녜유?
맛낸답시고 이것저것 다 처바르고 처넣고 해봤자 다덜 개수작 부리능기라 재료 존 거 늫고, 쌀 뿔맀다가 조금썩 자주 허고, 손님이 부르믄 냅다 달리가고, 묵은 육수 말고 쌔 육수 내고 그러믄 되야 손님 읎으믄 걸레질 대꾸해서는 식당이 파리새깽이도 낙상하게끔시롱 닦아놔야 쓰능겨 벨 수 있간디 손모가지허고 팔뚝 닳도록 움직여싸야 되능기라, 괘니 어지간한 놈 잡아노코 흰소리 늘어농거 같아 미안타만 뼈다구에 새기야 헐기고먼 이 꼴난 식당 해묵고 살라믄
지발 존일 허느라고 뒷깐 청소 깨깟이 허고~
비장해지는 막간(幕間)이 있다 탄환이 놋낱 드리듯 한 전황 속에서 소총을 세운 채 참호에 어깨를 맡기면, 화약내와 먼지 속에서 고향집이 펼쳐졌다 아내도 뒷전으로 첫애가 유독스러웠다
#시와사람 #시와사람여름호 #윤관영 #윤관영시인 #막간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