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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앞치마 전골냄비를 태기치고도 앞치마부터 찾는 게 나다 응급한 치다꺼리할 게 있다손쳐도 닁큼, 손이 가 앞치마부터 찾는다 눈썹에 불이 붙어도 앞치마를 둘러야 불 끌 생각이 들 지경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죄어 매는 그 와중에, 일의 앞뒤도 위아래도 간조롱해진다 소매에 단추 달린 윗도리는 내게 소용이 닿지 않는다 걷어붙이면 팔뚝까지 올라가는 소매옷을 입는다 앞치마를 두르고 두건을 쓰면, 천지벼락으로 놓인 일도 일머리가 빤해진다 이즈막 망치를 들거나 드릴을 쥐어도 앞치마가 없으면 속옷만 걸친 듯하다 뻘쭘해진다 횟집에 한잔하러 갔다가 비닐앞치마를 두른 채 놀래미 든 뜰채를 들고 뛰는 주방 보조를 보고는 소매를 걷어올리려다, 제물에 웃고 말았다 비닐앞치마에서 떨어지는 해수를 장화코가 받고 있었다 급하다고..
제가 시와세계 작품상 받을 때 보았던 신인 시인의 시인데 좋아서 올립니다. 잔잔하다 싶으니 깊게 울리네요.아부지의 저녁최성익여전히, 하늘 뒷간의 노을을 퍼부어 삭히고 계시지 않을까 아부지는 집으로 들이셨다 풀이 다하자 상수리 나무순이나 여뀟대를 조져 앞마당귀에 쟁여두고 뒷간의 생똥을 흩뿌리셨다 자연, 왼갖 벌레들이 꾀고 문간 밖까지 냄새가 진동했다 누야들은 코를 쥐고 뛰었고 나도 그 근처엔 얼씬도 안했다 가라앉는 두엄더미, 누구든 참았다가 집 뒷간에서 볼일을 보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눈 맞은 두엄더미 같은 아부지, 겨우내 새끼를 꼬셨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냄새조차 얼어 들어갔다 눈 녹은 자리엔 새들이 놀다 갔다논둑의 흙이 시부저기 무너져내리고 연두빛 이내가 일 무렵 아부지는 푸슬푸슬한 퇴비를 논밭 여기저기에..
개활지의 시 경연|||| |우승작|하진리 일몰 무렵*익명 징크패널 지붕, 골강판 교체가 끝나고 1.4톤 화물차로 들른 참이었다 방충망 같은 어둠이 들앉고 있었다 복도가 깊은 초등학교 단층 폐교 같은 농장, 측백나무 울타리 켠에 눈곱을 단 얼룩종견이 묶인 암캐들 사이를 일시정지한 듯 걷고 있었다 죽음을 예견한 돼지들이 녹슨 경첩 같은 소리를 마구잡이로 냈다 그 울음소리가 찢긴 방충망에 긁힌 팔뚝처럼 만져졌다 마른 장작 같은 사내가 발성의 대가리에 닁큼 마대를 씌우자 소리가 덮였다 싸릿대로 톡 톡 톡 오른녘 귀때기를 치자 좌로 갔고 왼녘 귀때기를 치자 우로 갔다 경사면에서 궁둥짝을 토옥톡 치자 앞발톱을 찍었다 침거품이 흥건한 마대로 발판을 훑으며 돼지는 아래턱을 끌며 화물차에 올랐다 마대를 벗기자, 행..
오늘의 날씨는 다 맞는 게 아니었어김광명 몸에 일기예보를 심고 싶은 밤이다나는 한때 불안정한 대기처럼 흘러 다녔지만 자리에 누우면 대문 앞을 서성이는 발자국 같다 그늘이 좋지만 추운 건 싫다 시력은 좋은데 시점은 틀렸고 당신과 또 새로운 당신은 번개처럼 싱싱하다 물어뜯긴 표정이 다각 거울 속에 있고 만지려고 다가가면 누군지 모를 것 같은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무심한 척 송곳니를 갈고 다듬고통계적 데이터는, 낮 동안 90% 맑음이후론 가끔 미소 때때로 덤덤하고 첫날밤 소식은 없겠습니다 고장나지 않은 곳은 여행지가 아니다 샤워기가 고장난 욕조에서 눈 감으면 이틀 후의 날씨처럼 느껴진다 더는 빗속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꿈에선 왜 면사포가 없고 수의만 있을까 꽃 무더기, 부의금 무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