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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

굴뚝

也獸 2009. 6. 9. 14:20

 

 

아래에 돌단을 하고 얹은 항아리

너무 큰 것을 얹을 수는 없었다

너무 큰 새 독은 어머니가 펄쩍 뛰셔서 안되고

테두리가 너무 넓어 일을 할 수 없어서

적당한 것으로 간택되었다

핸드그리인더로 컷팅해서 얹었다

그 틈은 실리콘으로 메우고

 

사진으로 거칠게 올렸지만 이 굴뚝은

나선형 피브이시로 굴뚝 놓는 곳의 바닥에서

배관으로 쓰였던 것이다. 새끼줄은 너무 일찍 썩어서

대강철물점에서 마로 된 것으로(이름은 정확히 모른다) 사닥

내가 감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파이프를 돌리고 해서

지금의 위용이 생겼났다.

보기에는 그래도 최고의 굴뚝이다.

 

굴뚝 하나 가지고 싶었던 꿈을 이루다.

 

 

 

 

굴뚝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불을 지피는 곳이 없어서는 아니된다.

이 솥은 높이가 꽤 된다.

솥을 거는 데만 3인이 반나절 걸렸다.

솥이 높고 구들이 높아서 불이 잘 들인다.

처마까지 이어내서 비 오면 비 구경하면서

한잔하기 딱이다.

한잔하러 오이소

 

내 꿈을 이룬 시를 첨부한다. 물론 내가 최고로 치는 시이다.

 

 

굴뚝 하나 가지고 싶어요

                                    윤관영


굴뚝 하나 가지고 싶어요

굴뚝이 멋드러진 절은 霧深寺

 

황토로 기와를 쌓아 올리다가
말이 쌍붙는 걸 보고 물동이 밑창을 깼다는
그런 독을 올려놓은 굴뚝

그 위에는 새우젓독을 올린,

 

플라스틱 굴뚝은 좀 밋밋하고
됫박 같은 송판 굴뚝도 괜찮고

 

굴뚝을 보면 그 집 뒤란을 알 수가 있고
또 그 집 내력도 알 수가 있고, 굴뚝은
굴뚝새만큼이나 지레 친근한 것이어서

 

내가 하늘에 세운
내 坪數만큼의 神殿만 같아서
굴뚝만 보면 안절부절,
연기만 보면 다정다감,

 

달라붙어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을음은 또 왜 그리 친근한 것인지
물동이 같고, 새우젓독 같은

굴뚝 하나 가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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