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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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주방, 연주하다/윤관영

也獸 2018. 9. 17. 23:03

 

주방, 연주하다

윤관영

 

 

 

국자는 2분음표 서거나 거꾸로 선다

접시, 냄비, 들통은 온음표

담기에 따라 명암이 다르다

국자는 눕지 않는다

음표는 움직인다 떠돈다, 스민다

도마는 쉼표, 쟁반은 도돌이표

주로 서서 쉰다

소리를 받는다

물이나 불 소리는 악보의 색

입체를 입히는 외부의 손이다

의자를 끄는 소리, 악보에 첨부한 메모

길고 깊다

악보 위로 수증기가, 냄새가 찬다

이는 기록이기 보다 느낌에 가깝다

연주는 되나 악보는 없는

완성될 수 없는, 미완성 곡이다

다지는 소리, 체 치는 소리

악보의 전위성은 주방장 나름,

음표는 변하지 않지만

그 연주는 합주다

 

잘 들으면 들린다

잘 들어야 들린다

 

악보는 늘 눅눅하다

 

  <문학과창작> 여름호 작품, 시향 가을호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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