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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죽방멸치/정준영 본문
죽방멸치
정준영
죽방멸치의 똥은 쓰지 않다고 한다
비늘 한점 떨어지지 않도록
대나무 통발로 몰래 가둬
끓는 솥단지까지 곱게 모셔와
그 숨이 똑,
한번에 떨어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똥이 쓰다는
아랫배 쪽에 흉터가 생긴
일반멸치는
그물에 몸이 걸린 채
온몸으로 苦悶死하므로
비늘도 상하고 속은
썩은 쓴 맛을 우려낸다는 것이다
종이그물에 몸이 얽힌 채
온몸으로 너무 고민한 잘 쓴 시들은
일반멸치의 맛이 난다
죽기 칙전까지 살아 있는 게 관건이다
여러 번 죽는 것은 한 번 죽는 것만 못하여
비늘도 상하고 내장에 쓴 맛이 들어가는
일반멸치가 되는 것이니
시는 아무래도 말짱한 죽방멸치로 태어나야 한다
『시안』2007 봄호
해설
누가 그걸 모를까? 일반멸치가 아니고 죽방멸치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요즈음 시들은 아는 사람들이 쓰는 시가 높은 대접을 받는다. 일반멸치 같이 때깔 좋은 시가 고가로 거래되기보다는, 치명의 목숨 줄 바투듯이 몸으로 쓴 죽방멸치 같은 시가 후한 대접을 받는 문학의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대서 쟁론의 무기가 되는 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가장 치명적인 인간에 대한 편견마저도 정치적인 잣대를 근거로 외면하는 시인, 동포의 아픔나저도 이데올로기의 사슬에 묶어두고 오불관언하는 시인, 좁은 동네의 차별조차 말을 잃은 역사의 책무로 미워버리는 시인, 문학과 그 행위마저도 계급과 지위의 고하에 영향을 주는 도구로 생각하는 시인, 그래서 자리의 고하와 물질의 다과는 문학에 영향을 주어 마땅하다고 믿고 실행하는 시인이 횡행하는 시대의 문학을 바라는 것은 정녕 아니다.
그저 단숨에 쓰되 백조의 마지막 울음 같은 노래로서의 시, 심각한 내출혈을 통해서 얻어진 시일지라도 보기에는 그저 장미향을 풍기는 시, 민화 같은 어설픔 속에 일관된 쟁이 정신이 묻어나는 시, 비오는 흑백 필름 같은 영상으로도 눈물 콧물 다 드러내는 시를 바라고 원하지만, 어디 시가 그런 바람만으로 이루어지든가? 그래서 죽방멸치 같은 시를 생산해야 한다고 이 시의 화자는 에둘러 말한다.
그런 시적 변용變容이 놀랍다. 참신한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시의 구경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그래서 시적변용이 참신하여 즐겁다. 앎의 차원을 지나서, 실천의 차원으로 달려가고자 하는 시인의 안목이 신선하다. 아는 삶이 아니라, 실천의 삶으로 달려가고자 하는 시인의 감성이 맛깔스런 멸치를 통해서 말깔스럽게 변용되었다. 그래서 이 시는 참 맛있고 참신하다. 아무래도 이 시인이 언어의 대나무 통발이나, 정신의 끓는 솥단지를 겸비하여 생산해 내는 명치들은 분명히 일반멸치는 아니고 줄방멸치일 것이 분명하다.
<이동희> 『시선』2007 여름호
이 시는 아마도 시인의 시론시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다 좋은데, 내게는 ‘대나무 통발로 몰래 가둬’가 걸린다. 멸치는 바다에서 잡는 것이 분명한데, 대나무 통발로 고기를 잡는 방식은 ‘민물’에서 고기를 잡는 방식이기에 그렇다. 더구나 멸치는 다량으로 잡아야 하는데 대나무 통발을 얼마나 많이 띄울 것이며, 또 그것이 바다 속으로 잠수하기 보다는 뜰 것으로 보이기에 일차적인 공감에서 회의가 든다. 그것이 이 좋은 시의 옥의 티로 보인다. 물론 멸치 잡이에 깊은 식견이 없는 나의 소견이다. 아무튼 죽방멸치 같은 시를 나도 쓰고 싶다. 마치 단말마 같은, 죽기 직전의 (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