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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두 입술이 내는 소리/강영은 본문
두 입술이 내는 소리
강영은
강남역 지하도를 지나가는데
외국인 남녀가 껴안은 채 속삭이고 있다
쥬떼? 아니 쥬뗌므/쥬뗌프
뒤통수에 달라붙은 그 말을 붙들고 갸우뚱거리다
집에 와 인터넷을 검색을 한다
쥬뗌므, 쥬뎀브, 쥬뗌쁘, 쥬뗌프, 말꼬리가 4개다
서로 다른 말꼬리를 잡고보니
ㅁ, ㅂ, ㅃ, ㅍ, 다
ㅁ, ㅂ, ㅃ, ㅍ는 문창살을 빠져나가는
육면체의 공기방울
묵은 바람 끼 떠트리는 입술소리다
입술이 입술로 달려가 닿는 소리
플륫처럼 입술을 떨게 했던
풀입 입술을 조율하기도 했던 그 소리는
내가 맨 처음 입맞춤한
엄마, 압빠, 맘마, 젖내 나는 소리
자라면서 날마다 입 맞춘
바압~밥 소리다
오늘은 쥬뗌므에 입을 맞췄다
일단, 제목이 재미있다. ‘두 입술이 내는 소리’다. 각기 한 입술이 내는 소리 후 연이어 다른 입술이 내는 소리일 수도 있고 두 입술의 형태적 결합이 내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역시나 시인은 호기심을 먹고 사는 존재다. 이국적 풍경과 그 풍경 속에서 건진 말을 가지고 가 검색을 하다니 말이다. 그가 찾아낸 결론은 말꼬리가 4개인 ‘쥬뗌므, 쥬뎀브, 쥬뗌쁘, 쥬뗌프’다. 그 의미는 ‘나는 너를 사랑해’다. 하하 당연하지만 좋다. 문제는 그 발음의 미묘한 차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시인은 감별해 낸다. 그 소리는 바로 ‘문창살을 빠져나가는/육면체의 공기방울/묵은 바람 끼 터트리는 입술소리’인 것이다. 물론, 시인이 느끼기에. 연이은 연상은 불러온다. 그 소리는 ‘입술이 입술로 달려가 닿는 소리’이며 ‘플륫처럼 입술을 떨게 했던/풀입(시집이 오타인 것 같다) 입술을 조율하기도 했던 그 소리’였고 화자가 ‘맨 처음 입맞춤한/엄마, 압빠, 마마마, 젖내 나는 소리’였으며 알고 보나 ‘자라면서 날마다 입 맞춘/바압~밥 소리’였던 것이다. 연인이 사랑하면서 나눈 풍경과 그 말들이 화자를 통해 불러일으킨 자기 인식이자 자기 사랑의 확인이 이 시다.
그런데, 홰 화자는 ‘쥬뗌므’에 입을 맞췄을까? 물론 어법상 맞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허나 내 나름의 생각으로는 (순전히 오독일 수 있으나) ‘ㅃ’는 강하고 ‘ㅂ’는 파열음으로 김이 샌다. 따라서 안으로 갈무리하는 울림소리인 ‘ㅁ’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강하지는 않게 닫아 거는, 나도 발음해 본다, 좀 느리게. 쥬뗌므~
나는 강영은 시인이 내적 필연성이 없이 ‘문장을 본다, 혹은 문장을 읽는다’는 투의 갖다 붙이는 화자의 의도는 경계하는 편이지만 - 다른 시인들의 ‘지운다’라는 서술어도 지겨워하는 편이다 - 이 시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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