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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빵집에는 돼지가 산다/장인수 본문
빵집에는 돼지가 산다
-장인수
시골에 갈 때
아내는 모카빵을 사 간다.
내가 모카빵은 씨돼지 불알의 1/2도 안 된다고 했더니
아내는 전혀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래서 어느 날 씨돼지 불알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는 상상력을 가미해서 아내에게 설명한다.
소시지를 넣고 야채 가루를 송송 뿌리고
치즈를 녹여 퍼지게 한 크림빵을 보면
발정 난 수컷 돼지의 타액을 연상시킨다.
진열된 빵들은 군거群居 생활을 좋아하는 돼지의 오줌보.
끊임없이 오븐에 구워지며 탄생하는 빵들은
끊임없이 출산하는 다산성의 돼지 새끼들.
붉은 황토 빛 빵덩어리들은
굴토성掘土性을 지닌 돼지의 주둥이가 파헤친 흙무더기
고등 동물로 진화한 천재적인 돼지 종족이
빵집을 아지트로 삼아 인간을 세뇌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봐라, 오븐의 고열과 시간 조절
절묘한 배합의 반죽
그 안에 인간의 생일과 기념일이 가득 끼어 있고
혀를 녹이는 달콤한 성분이 녹아 있는 것을 보면!
—『시안』가을호
*해설
‘시에는 화자의 존재가 크게 부각될 뿐 의미전달의 대상인 청자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화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청자의 자세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서정적 주체와 경계의 해제」,이숭원)’는 시단의 풍토 속에서 시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는 재미있다는 면에서 유쾌하고 상상력이 돌발적이라는 면에서 상큼하다. 배는 부르고 입은 달다. 이 시를 무엇이라 부를까? ‘부풀고 구워지는 병아리빛 상상력’이라 이름하고 싶다.
빵과 돼지는 그 거리감이 상당하다. 그러니까, 유사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그 거리감을 좁힐 뿐만 아니라 유사성을 창출해 낸다. 스타트는 모카빵, 씨돼지 불알의 1/2도 안 된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아내에게 불알 사진을 보여주면서 ‘상상력을 가미해서’ 설명하면서 빵과 돼지의 유사성이 점차 드러난다. ‘크림빵’은 ‘발정난 돼지의 타액’으로, ‘진열된 빵들’은 ‘돼지의 오줌보’로, ‘끊임없이 탄생하는 빵들’은 ‘다산성의 돼지 새끼들’로, ‘빵덩어리들’은 ‘돼지가 파헤친 흙무더기’가 된다. 그러다 유사성을 빈 상상력은 정점을 향해 날아가 꽂힌다.
‘고등 동물로 진화한 천재적인 돼지 종족이/빵집을 아지트로 삼아 인간을 세뇌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 대목에서 상상력은 극점이 이른다. 왜 그런가. ‘오븐의 고열과 시간 조절/절묘한 배합의 반죽’으로 육화된 그 태생이 하나요, ‘그 안에 인간의 생일과 기념일이 가득 끼어 있고/혀를 녹이는 달콤한 성분이 녹아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는 역할을 근거로 한 주장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천재적인’ 돼지 종족이란 진술도 엉뚱하다.
빵과 돼지는 아무래도 이질적인데, 앞으로 빵집을 지나가기만 하면 이 시가 생각날 것만 같다. 빵집에 가면 언놈이 모카빵이냐 물을 것 같다. (부주간_윤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