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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파리/홍정순 본문
파리
홍정순
탈곡기 벨트에 잘린 손가락을 만나도 울지 않을래
왁스는 천원, 빽빽한 탈곡기 벨트엔 왁스를
연탄난로 위 찌그러진 양은주전자는 분주하고
봉다리 커피 종이컵에서 풀릴 때, 양생되는 아침
무수한 연장은 일을 만든다 삶이 연장된다
향미다방 화장실은 아직도 재래식
파리를 본다
문틀 위에 놓인 담배를 본다
코앞에 걸린 휴지를 본다
끈끈이에 휴지된 또 한 생을 본다
파리똥 앉은 파리채를 본다
누구를 위해 빌어 봤음 좋겠다
뒷산 도토리 쏟아질 무렵,
삼거리 곱창집 개업식 무렵,
목숨을 얻고 목숨을 잃고
쭈그리고 앉아서 엉덩이를 옴짝거려야 사는,
뒷다리를 비빈다 날개를 벌어졌다 오르라진다
- 대충 살아도 살아진다는데
-화자는 지금 재래식 화장실에 앉아 있는 중이다. 그 출발점은 '대충 살아도 살아진다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마 화자는 바쁜 와중에 (시에 보면 철물을 팔다가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화자가 만든 이 과정은 화자의 따스한 마음이 엮어온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니까 '양생'을 의도대로, 거푸집을 만드는 생을 살고 있다. '양생이 되는 아침'이라니, 이런 신선한 싯구를 본적이 없다. 내게 이 시가 울리는 정점이 그것이다. 그 양생은 '탈곡기 벨트에 잘린 손가락을 만나도 울지 않'을란다는 다짐이 만든 것이요, 대안으로 왁스를 권하는 마음이 불러일으킨 것이다. 연탄난로 위에는 칡차나 산청목 헛개나무가 끓어서 철물점을 드나드는 사람의 몫으로 양생되고 있고, 봉다리 커피는 일회용커피로 철물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웃음을 양생하는 관계물로 보인다.
이렇게 양생되고 있는 아침은, 철물점의 아침은 요의나 변의를 못 느낄 정도의 분주함이 그 특징일 것으로 한바탕 회오리가 지난 지점이 바로 '대충 살아도 살아진다는데'하는 회의가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깊이를 강요한다. 그래서 보이는 것이 재래식 변소의 풍경이며 주변의 소문들이다. 그 묘사만으로도 이 시는 체감하는 깊이를 가진다.
시인은 당선소감에서 스스로를 촌년으로 규정했지만 아니다. 그의 시는 조금만 따져봐도 깊이를 가진다. 언어의 사용이 예사롭지 않다. '무수한 연장' 뒤에 '삶이 연장'된다고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휴지를 보'다 '끈끈이에 걸린 휴지된' 또 한 생을 본다는 표현 같은 것은 많은, 오랜 공부가 없으면, 감각이 없으면 쉽게 얻어질 내공이 아니다. 시단에 괴물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