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말, 경마장 가다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말, 경마장 가다

也獸 2010. 1. 16. 11:05

말, 경마장 가다

                   윤관영

 

 

 말은 말 많은 놈을 싫어한다 히히히 힝 말 잔치에서는 구석의 말 없는 놈이 무서운 법 말잔치 히히히 휙 백마 탄 왕자는 얼룩말을 흘겨본다 말 부리는 놈은 땀 나고 말 재주 있는 놈은 떨어지게 마련, 말의 교접은 순식간에 공표된다 말 타면 달리고 싶고 말 꼬리 잡는 놈은 뒷발에 걷어차인다 포식자가 덮치기 전에 순식간에 끝나야 하는 말의 흘레 히히히 촌철살인이 예서 나왔다 대물을 받아들이려 제 생식기를 국화빵처럼 옴짝거리는 암말, 말 씀과 말을 받아들인다는 말은 그런 것이다 잔치랍시고 말 허리 자르는 놈은 잘리고 말 머리 돌리는 놈은 제 머리를 돌려야 한다 순식간의 흘레라 흐흐흐 그 말을 우습게 보지 마시라 안반짝 같은 엉덩이 흔드는 여진이야말로 오래 가는 법 말 더듬는 놈은 기중 이쁜 놈 말 바꾸는 놈이야말로 잔치에 아예 참예 못한다 말 장난은 어불성설 말의 눈빛을 보라 아랫배에 숨겨진 겁나는 한 방의 銃身 말은 재갈 물린 말이 무서운 말이다

<정신과표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