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나이들, 불 지피다 外 1편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나이들, 불 지피다 外 1편

也獸 2010. 3. 1. 21:47

 

 

 

나이들, 불 지피다 외 1편

윤관영

 

 

비아그라 한 알은 주머니에 있어야 든든하다는 나이들이

산불 진화에 모였다 동절기 일당 4만원의 대기조

난로에 둘러앉아 진화 대기했다

마누라한테 그거 쓸 일 있냐는 대목에서

나이들은 진화에 동참했다 말로 붙는

말 흘레, 아껴 먹던 나이는 목이 뻣뻣해졌대나 어쨌대나

모르고 빤 바지가 뻣뻣해졌대나 어쨌대나

미꾸리 아닌, 언 양미리

몸통보다 대가리가 더 작은 양미리

침이 직방이야, 진화된 나이의 직접화법과

개구리도 못 잡아먹게 한다고 투덜대는 간접화법이

연탄불 붙이면서 산 불을 감시했다

나이들은 젖은 낙엽에 불 놓듯 한 처방들을 내놓았다

―쏘면 1미터는 나가야 되는데

―여자 없이 스면 뭐하나?

탄불에 양미리를 구워 소금을 찍으면서

소주를 따르면서 양미리 같은 물건을

꿰미로 흔들었다 나이들은

묶인 가운데가 들어가 활처럼 휜

눌린 전립선 같은 양미리, 알 밴 걸 찾으면서

다 수컷은 소용없다고 석쇠를 털고

연탄은 구멍도 안 맞추고 갈았다

그래야, 아침까지 간다고 탄은

젖은 탄이 오래 가는 법이라고

 

 

 

외로움은 자꾸 과거로 간다

 

 

‘ㅣ’첨가를 요구하는 저녁은 핵교 시절부터다

싸리나무로 송아지 코를 뚫고

소금을 퍼붓는 것을 본 때부터다

코뚜레 무게로 아플까 봐 당기지 못하고

들고 댕기던 때부터 그 시절은 이어져 왔다

입 앞으로 벗겨져 내리는 코뚜레를

댕기지 못한 코뚜레를 뿔에 감싸서

쇠뿔을 쓰다듬던 저녁이 있었다

이모음역행동화의 저녁이다 쟁기를 끄는 소

소의 뒷덜미에 잡힌 멍에 꾸덕살을 쓰다듬는 저녁이다

소 눈은 충혈 되고, 만져줄 수 없는 아픔도 있고

소가 좋아하는 콩깍지를 멕이던,

그 저녁을 생각는 저녁이다

갈라진 가는 소 발목이 제 몸무게를 부려야 하듯

바람은 절절해 바램이 되고

창피는 숨지 못해 챙피가 된 어긋난 애비

(스스로 애비라 호명할 땐 왜 그리 비장해지는가)

어둡고, 길고, 추운

소의 콧김마저 분명한 저녁

소의 멍엣살을 주무르듯 내가 나를

쓰다듬어야 하는 저녁이다, 훗날 바람

바람이 먼 훗날 말하겠지

이모음역행동화의 옛날이 있었다고

언 강물 속 흐르는 물 같은 세월,

있었다고

<시와반시>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