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삽은 늘 서 있다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삽은 늘 서 있다 외 1편/윤관영

也獸 2011. 3. 5. 00:01

삽은 늘 서 있다 외 1

윤관영

 

 

들어가 들어올리는 은근함이 특징이지만

녹슨 날로 서 있기 일쑤인

삽에게도 울음이 있다

삽끼리 부딪쳐 콘크리트를 털어내는 소리와

흙 묻은 삽을 돌덩이에 쳐 내는 소리는 다르다

그 얇은 삽 속에는 꿩의 울음이 쟁여져 있다

골 깊은 문안골에 상수도 작업하러 갔을 때

인기척에 놀란 꿩이 날아올라

산 중턱에 가서야 내던 울음을 안다

꿩 때문에 놀란 몸을 추스르던 그 때서야

꿩도 울었던 것이다

삽날을 두드리는 일은 하늘에 대고

오늘 일 끝났다는 신고식 같은 거지만

삽 속에 꿩의 울음소리가 내장됐다는 것을 안 것은

매련 없이

혼자,

서 밤하늘 보기를 좋아한 이후의 일이다

 

삽은 흙이 적이 묻어도 무장 무겁다

쪽삽 보다는 각삽의 울음통이 더 넓고 길다

 

 

 

 

 

 

한 상 받다 2

 

 

냉장고도 시간을 이기지는 못 한다

 

여지가 없으신, 어머니

 

군밥이 가던 개도 닭도 없고 돼지는 옛날 돼지

 

쉰 음식의 경계가 흐릿하다 경계

 

그 경계 위에선, 모든 걸 모르쇠 몰라야 한다

 

양 조절을 할 수 없는 적은 식구, 장정이 다이어트 타령을 하는 세상

 

어머니 밥상의 경계는 요즈막 자신이 그 경계의 경계선이다

이 사람아, 음석 버리믄 죄 반능 겨어

 

그 경계에선 쉰내를 맡을 수가 없다 김빠진 소주도 달다

 

황송한 한 상이 있을 뿐이다

<주변인과詩>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