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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

변의수 시인 평

也獸 2011. 9. 16. 21:46

윤관영 시인과정물 3

 

마주앉아 차 한 잔하면 좋을 곳에 캐시미론 이불을 널어 두었습니다. 새물새물, 담궈 둔 세제에서 터지는 방울처럼 당신이 피었다 집니다. 코앞의 복사꽃이 젖꽃판처럼 붉습니다. 꽃구경은 왜 꽃 소식 오고 질 때서야 후회로 나서게 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중략)

이불 홑청이 덩달아 수직으로 밝습니다. 琥珀 같은 눈물을 매단 복숭아는 왜 또 쉬이 무르는 걸까요. 긴 시간, 풀을 먹이고 다림질을 하는 마음을 알 듯한 서녘 볕입니다. 물잠자리 날개 같은 홑청, 이불을 터니 꽃그늘이 어두워 환합니다. 목젖이 부어, 봄 진동입니다. , 꽃 지기 전에. . . .

-정물 3부분

 

시인은 개념화 작업 이전에 곧바로 비의식에 의해 시문을 작성한다. “세제에서 터지는 방울처럼 당신이 피었다 집니다. 코앞의 복사꽃이 젖꽃판처럼 붉습니다.”라는 시행과 같이 비의식의 표출은 자유롭고 재미있는 문채(文彩)를 끌어낸다. 비의식에의 몰입은 특정한 의도하의 초점적 작업이 아니므로 앞의 시행에 이어서 코앞의 복사꽃이 젖꽃판처럼 붉습니다. 꽃구경은 왜 꽃 소식 오고 질 때서야 후회로 나서게 되는지 모를 일이라는, 맥락을 건너뛰어 자유분망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비의식에만 치중하여 개념화 작업이 개입되지 않을 때, 시문의 서사적 구성이 단조로울 수 있다. 그리고, 시작을 행하기 전에 충분한 개념적 구상을 해두지 않으면 수사적 묘미가 시문 곳곳을 장식하더라도 주제적 울림이 약할 수 있다. 비의식에의 치중은 그러한 약점을 노출 할 수 있다. 이것은 수사적 묘를 위해 비의식에 치중하는 많은 젊은 시인들에게 함정으로 작용한다.

비의식에는 단순한 회생 같은 상상(코울리지의 제1차적 상상력 같은)과 동일화 작용의 창조적 상상이 있다. 그런데, 동일화의 작용에는 일상생활 등에서 사용되는 얕은 비의식(‘일상비의식’)과 깊은 사고에 의한 직관 또는 통찰 같은 심층비의식이 있다. 비의식에 의한 자동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충분한 예비적 사고의 준비가 없는 경우 심층은유 보다는 유사 이미지의 기술이 되기 싶다. 시인은 끝 행에서 봄 진동입니다. , 꽃 지기 전에. . . .”라는 장면 전환을 꾀함으로써 서사의 단조로움과 독백성 시문의 단조로움을 피하는 기교를 갖고 있다.

  <낯선 시>

 

*변의수 시인과 대화 중 내 시에 대한 평이 있어서 싣는다. 작자가 내가 아닌 서동인 시인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도 재미있는 일이라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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