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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예쁜
호박, 등신불 본문
호박, 등신불
— 당백은 一當百의 준말로 거수례 구호다
호박오이, 호박가지, 호박고구마
그러니까 호박은 다 되는 절대 교배자
일인당백, 무한 빨판이다
해거리를 안 해도 병충해가 없는 수박은
호박에 접붙인 결과다 수박인 호박, 고래로
호박꽃에 코 박고 들어간 게 코끼리다
고래서 코가 늘어났다
그 귀는 호박의 유전자다
호박꽃을 우습게 보고 난장치다
빨려 들어간 게 나다 우수가 빨려들면서
이승을 향한 애원의 눈빛이 나의 좌경적 성향이 되었다
이마가 넓어지면서 눈썹이 순해졌다
초년운이 바뀌고 귀가 늘어났다 삼복염천에,
잎사귀가 늘어질망정 빈 줄기를 세우는 게 호박이다
그지없이 기고 타오르는 게 호박이다
제 몸으로 제 그늘을 만드는 호박
제 속에 저를 심는 호박
나는 호박관영, 절망할 때조차, 전진한다
밤에는 꽃을 닫는 호박, 줄기도 모르는 새 호박을 달고
지형에 상관없이 덮어 내달리는 게 호박이다
호박관영이다
시렁 위, 똥구멍 통풍되게 모셔지는 부처 호박
소리는 늘어져 본 적 없는 잎에서 나는 것
끊길망정 놓지 않는 빨판
교배는 교배인 줄 모르게 진행된다
나는 나를 믿고 돌진 돌진 돌진
세파를 덮는, 호박관영
내가 나에게 거수례를 붙인다
다앙배액!
[추천사유 1]
우선 읽으면서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제대로 된 말장난, 언어의 유희가 능수능란하다. 어디 그뿐이랴? 그 말장난 속에는 시인의 삶과 아픔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의 첫 시집『어쩌다 내가 예쁜?이 농촌의 소박한 풍경과 노동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풋풋하고 건강한 시편이었다면 구시렁대듯, 판소리 타령하듯 쏟아내는 최근의 작품들은 그만의 독특한 어조로 또 다른 힘을 발휘하며 한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말, 경마장 가다」나 「흥부뎐」같은 눅진한 전통의 냄새와 쭉쭉 뻗어나가는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일련의 작품들에서 보면 언어에 대한 세밀한 천착을 바탕으로 더러 딴청도 부리며 사설시조처럼 엮어 내려가는 맛에 읽는 재미가 솔솔하였다.
「호박, 등신불」이란 작품의 재미도 그러하다.
호박을 심을 때면 먼저 씨앗을 넣을 구덩이주변을 깊게 파고 그 둘레에 거름(주로 계분이나 인분 삭힌 것)을 충분히 넣는다. 호박은 이처럼 씨앗일 때부터 퀴퀴한 두엄 냄새를 먹고 커야 잎도 무성하고 열매도 많이 맺는다. 또한 호박 구덩이에 그 동네에서 아들 많이 낳은 아낙의 손을 빌어 씨앗을 넣기도 한다. 주술적 힘을 빌어서라도 서민들의 찬거리나 식량에 보탬이 되는 호박이 돌담, 둔덕, 밭가에서 주렁주렁 열매 맺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이 생명력 강한 호박에다 여러 식물을 접붙이는 모양, 호박고구마, 호박오이, 호박가지가 인기이다.
“그러니까 호박은 다되는 절대 교배자/ 일인당백, 무한 빨판이다 ” 이제부터 시인의 상상력은 “그지없이 기고 타오르는” 호박줄기처럼 뻗어 나간다. “호박꽃에 코 박고 들어간 코끼리”며 “호박꽃을 우습게 보고 난장치다/ 빨려 들어간” 시인은 “이승을 향한 애원의 눈빛”으로 “좌경적 성향”을 띄게 되었고 “이마가 넓어지면서 눈썹이 순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박의 DNA를 물려받은 시인 “호박 관영”은 절망할 때조차 “지형에 상관없이 덮어 내달리며” 전진하고 때로는 돌진한다.
여기에서 그는 녹녹하지 않는 자신의 삶을 향해 일당백의 “호박관영”이라고 무슨 주술처럼, 타령처럼 읊조리며 고된 삶을 추스르고 시를 수확한다. 시렁 위 모셔진 누런 호박(그는 부처 호박이라 했던가?)처럼 잘 익은 그의 시를 향해 거수례를 붙여본다. “다앙배액!”의 시인에게……
<박수현> 시인
[추천사유 2]
시의 효능에 ‘해학’도 있다. 그 재미를 통하여 ‘시치료’가 가능하다. 시가 주는 맛에 그런 유머가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근래 문예지에 발표되는 시들을 보면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그런 경직된 감성을 보고 있으면 해학에 대한 그리움까지 생길 정도이다. 윤관영 시인과 대면하지 못하여 성품을 알지는 못하지만 긍정의 지표를 가진 시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시는 생명력 강한 호박줄기를 닮아있다. 그리고 “전진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되, 일용할 양식을 간직한 행간은 따뜻하다.
시인의 내면은 호박만큼 둥글다. 둥글둥글 소재들을 잘 다룬다. 그러다가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빨려 들어간 게 나다 우수가 빨려들면서/ 이승을 향한 애원의 눈빛이 나의 좌경적 성향이 되었다”라고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잠시 눈길이 ‘좌경적 성향’에서 머물기도 한다. 그의 ‘좌경적’이란 좌파와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 한 가지에 치우쳐 살지 말고 유연하게 현실에 대응하라는, 그의 좌우명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호박의 성질과 가깝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 시 속에는 그의 삶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제 몸으로 제 그늘을 만드는 호박/ 제 속에 저를 심는 호박”은 그가 세상과 대면하는 자세다. 일당백으로 “세파를 덮는” 그의 건강성까지 엿보인다.
그런 그의 해학과 성향과 철학이 건강하기 때문에 이 시를 다 읽은 독자는 건강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유로 충분하다.
<박연숙> 시인
[시산맥]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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