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별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별 외 1편/윤관영

也獸 2011. 11. 3. 23:20

 

1

윤관영

 

 

동상처럼 冬星이 박혔다

철책 앞에서

철모 깔고 앉아 고개 들 때

뵈는 것 없어 별만 볼 때

그때 허벅지에 박혔다 심장마저 얼리는 겨울

산바람만 산 겨울 내내, 내놓은

얼굴 동상으로 박혔다

어깨에 멘 소총

어디를 겨냥해야 할지 몰라

헛총 한번 못 쏜 비겁한 허벅지에

, 김 나는 감자에 왕소금 찍히듯

 

제물에

 

막막하고도 추운 맑은 별이

전신에 박혔다 박혀

몸 떨 때마다, 절로

하늘 보게 되었다

술 마시면 드러나는 닭피 문신처럼

김 나면 몸에 별 돋아난다 별자리

입김을 거쳐야 맑게 보이는,

몸엔 별이 산다

 

 

 

 

 

 

 

풍경 4

 

 

잊을 만하면 어머니는

솎아 낸

어린

상추, 열무, 배추

등속을

바가지에 채워 비벼주셨다

막 비비면 문드러질 것 같은,

 

보리밥에 싸목싸목 비벼 먹었다

 

어머니의 무이한 奢侈 같기도 한 그것

 

가만

트림하는,

 

별 있는

저녁 밥상머리

 

한 대접의 자리끼 같은

쑥 태우는 모깃불 같은

 

<차령문학> 가을호

 

 

 

 

 

 

 

 

 

 

 

<, 다시 읽어 보는 시인의 과거들 >

 

 

윤관영 부르기 3 4

-파평 윤가는 치마 윤가로 불리기도 했다. 고 이기윤 시인이 귀띔해 주었다.

 

 

자목련이 자색 꽃을 피웠다 처처에 하는 짓하고는,

달래 자목련이나, 바다나 보면서

사진이나 찍어주는 운전수가 되고 싶었다

다 지나간 얘기,

화물차나 끌면서 쇠끝과 골동 항아리나

모으는 고물 장수가 되고 싶었다

여어 이 눔아 소리 듣기 딱인, 그런 게 하고 싶었다

길게 화분을 늘어놓고는 분갈이 해 주는

전지가위가 되고 싶었다

어련 하시겠수,

여어 이 사람아 등골은 땀골인 겨,

꽃은 절로 피는 줄 아느냐, 오늘껏

치마는 묻는 법이 없다

자목련이 혓바닥처럼 떨어진다

바둑판에 앉아 지는 해나 바라보았고

탐석꾼에 산꾼 다 돼 보고도

낚시터 관리인이 체질만 같다, 이즈막

휴게소 잡상인이 되어

기웃거리는 당신 당신을, 핸들커버에 씌워

바빌론 강가로 몰고 가는 게 꿈이다

묶인 염소가 원형탈모처럼 자리를 낸 그곳으로

꽃 피기 전 황사가 불고

뭔가 해 보겠다고 진지해도, 자목련은

흰 꽃을 매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暫時 피하기 좋은 게 처마라면,

세상에는 치마 아닌 게 없다

치마는 밟지 않고 들면 된다

 

자목련의 자색은 자동이니까

 

 

 

 

 

불알 내려다보기

 

 

불판에서 불꽃을 쏘는 뭉치는

종 불알을 닮았다 가스를 받아

위로 쏘면서 흘리는 기름과 넘친 음식 물을

다 받는다 구멍이 막혀간다, 싶으면

이 놈을 큰 불판의 불에다 굽는다

튀긴다 하얗게 변할 때까지 구워

찬물에 지지고 호스 물로 쏘아댄다

종 불알이야

칠 때마다 제 녹을 털지만

이 놈은 때마다 이렇게 안 하면

불꽃은 흉내일 뿐 구멍이 막혀

검게 그을려 그을음 불꽃만 민다

한 차례 독하게 태워져야

쇠조차 하얘져야

불알은 말갛게 검어진다

불꽃은 그제야 맑게 파랗다

 

불 같이 일어서도 머리를 떠날 수 없는 메두사의 머리카락

 

기름기가 없는 불알,

간 보는 숟가락으로 쇠목탁 노크하면 ……

배추처럼 피어오르는, 바람에 타종하다

산화하는 장다리꽃 내, 들린다

타고 난 쇠의 소름처럼

 

 

 

 

비껴, 빛나는 것들

 

 

사골을 일차 고아 겉물을 버리는 것을 뼈를 튀긴다고 한다

간은, 잡는 것을 넘어 때린다고 한다

면을 찬물에 던져 치대면 젖 겨드랑이를 만지는 듯하다

익히면서 젓는 것을 면을 몬다고 한다

모는 거 거 좋아 연신 몰다 보면

면 불어터지는 것도 잊고 면 따라다닐 수 있다

불어난 물이 첫 물꼬 트는 거 같다

세계전도처럼 떠오르는 면발들

냉면 내는 것을 짠다고 한다

(, 짜다니?)

사리를 친다고 한다

자꾸 신이 나, 면을 몰고

짜고 겨드랑이를 치대다가, 고명에서

사붓 시치미 뗀다

냉면을 꼬아 긴 동아줄을 만들어 번지점프 한번 해볼까?

면처럼 가마 복판에 뛰어 들까나?

날 튀기고 싶을 때가 있다

뜨거운 물의 고압 세척기에 그릇을 씻는 것을 튀긴다고 한다

얼리기 전 조개를 살짝 삶는 것을 튀긴다고 한다

(바짝 구워달라는 주문이 꽤 되는 빈대떡) 일순

플래쉬처럼 터지고 마는 것들

 

월떡 날

튀기고 싶을 때가, 비껴, 있다

 

 

 

 

 

윤관영 부르기 2

 

 

사랑하기로 했다

 

김요일 출판기념회 가서, 2차 가던 중, 박후기가 관영보다는 관용이 낫다고 하자 부평동 498번지가 열렸다 김일의 박치기를 해설하던 맹관영 소리가 흑백으로 들리고 소년은 엎은 깔때기처럼 쌓인 쌀 앞에서 반 관짜리 국수를 사면서 목 매인 고양이를 보고 있었다 가닝아! -이 생활적, 사실적 변용- 가닝아! 노점 어머니의 사이렌 같은 소리, 벼슬 에 길 이 달려간다 벼슬은 무슨 벼슬, 청년은 제 이름자를 걷어찼다 법 과 클 와 딸을 못 낳아 돌림자 을 외자로 이름한 진부한 이름들은 말 들어 처먹지 않는 소대가리 같은 사내 놈들이었다 벼슬은 무슨, 자 거 괜찮은데, 버리려 해도 제 이름자는 방법이 없어서, 역시나 해몽, 시인도 벼슬이어서, 해몽 나름이어서, 진부는 무슨, 세상의 이모가 왜 이모인지 알게 해 준 간용도 좋고, 메일의 가뇽도 좋고, 過寧도 좋고 也獸도 좋다마는, 내 이름자 앞에 나무 한 그루() 永永한 날 오리니, 하여

 

내 이름을 사랑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끝, 내가 날 사랑하기로, 하여

후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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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는 자웅동체다

껍질은 단단하지만 속살은 연하다

젖꼭지 같지만 그곳은 입이자 항문

사람들은 그것 먼저 씹는다

그것을 먹어야 모두 먹는다 믿는다

멍게는 가지각색

젖빛부터 젖꼭지빛까지 다 들어 있다

밑둥이 환하다

살을 들어낼 땐 젖가슴을 만지는 듯하다

멍게 물은 지워지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들어, 들었는지도 모르게 한다

잘 죽고, 잘 쉬는 멍게

멍게가 수족관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을 보면

양가슴에 달고 마구 달리고 싶어진다 묘하게

멍게를 먹는 이는 순하고, 탓하지 않고

해삼을 먹는 이는 따지고 잰다

산에 산삼 바다에 해삼 거리에 고삼?

멍게가 들어가 있는 수족관에 들어

그 옆에 붙어 같이 숨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어디 멍게 같은 가슴 가진 이 없나

수족관 밖을 내다보고 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