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예쁜

걸어다니는 사다리 외 1편/윤관영 본문

두 번째 시집 이후 발표한 시

걸어다니는 사다리 외 1편/윤관영

也獸 2011. 11. 24. 14:12

걸어 다니는 사다리 1

윤관영

 

 

수조에서 나와

뜰채에 놓인

오징어 세 마리

망을 빨판으로 붙잡는다

몸꼴을 들입다 부풀린다

부풀었다 꺼졌다 한다

꼬리가 삼각형으로 빳빳하다

눈은 커지지 않는다

서리태빛 몸통이 형광으로

닥시글닥시글 끓는다

빨판이 메두사처럼 솟구쳐

잡은 것을 놓지 않는다

물총을 쏘고 먹물을 뿜는다

정지문 여는 듯한 소리로 운다

걸리는 것마다 문다, 다만

그 이상이 없다

다급한 반복이 있을 뿐이다

저수지에 빠진 사람처럼,

먹물은 반복이 없다

잘린 다리가 과수원 사다리처럼 선다

서서, 돌아다닌다

잘려도 피가 안 나오는 오징어

먹물은 있다 때문에

비닐 앞치마를 입는다

 

빨판 다리는 먹지 않는다

 

 

 

풍경 6

 

 

아라리가 아닌 아라이 여자 갈치가 천원을 같이 가 처녀로 듣고 고개 돌렸다고 웃던 여자 찬모요 밥모요 시다였다가 끝내는 아라이인 여자 머리만 대면 자는 여자 씻어드세요를 시체드세요로 알고 화냈다던 여자 멀리서도 온 여자 당진 당진 당진이 당신이 되고 종내는 진탕이 된 여자 도기처럼 단단해도 닳아가던 여자 아라리를 불러도 종내는 아라이인 여자 이모이기도 하고 언니이기도 한 여자 거품을 흘리며 물기 마를 새 없이 접시가 돌 듯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를 달고 사는 여자 장화홍련 같은 장화 신은 여자 여자 여자 여자 수세미가 헝겊이 되얐네, 된 여자 죽어서야 일 놓을 여자 자식 때문에 산다는 통 속적인, 들통 같은 여자 어깨가 점점 봉분을 닮아가는 여자 누이 같고 어머니 같고 드라마 보다 자는 눈물인, 현재 진행형인 여자 여자 여자 여자 전쟁 속, 금간 접시처럼, 사라지는 여자 여자 여자

아라리 어무이들

 

*아라이(あらい)주방에서 설거지 담당을 지칭한다.

 

<문학과창작>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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